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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 김정은이 꿈꾸는 '비행'의 목적지

'비행기 공개활동'…선대와 다른 파격적 행보
유학시절 경험 작용한 듯…첫 정상외교도 비행기 사용할 가능성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5-06-27 09:30 송고
편집자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다. 차로 달리면 3시간 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북한 김씨 일가 통치에 숨겨진 방정식 까지 그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한다.
지난해 5월10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군 지휘관들의 전투비행기술 경기대회를 관람할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 의장대의 사열을 받는 모습. (노동신문) 2014.5.10/뉴스1 © News1
지난해 5월10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군 지휘관들의 전투비행기술 경기대회를 관람할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 의장대의 사열을 받는 모습. (노동신문) 2014.5.10/뉴스1 © News1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가장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정치행위 중 하나는 '공개활동'입니다.
'현지지도', '시찰' 등으로 표현되는 이 공개활동은 최고지도자가 고위급 간부들을 대동해 전국 각지의 군대나 위락시설, 건설장, 농수산 생산시설 등을 다니는 행보입니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 공개활동을 아주 구체적이고 '선전적'으로 보도합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개활동이 노동신문 1면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전국 각지로 이동하는 방식은 대규모 차량 행렬, 열차 등 여러 교통수단이 모두 동원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렬은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정보 당국의 정보활동에 필연적으로 노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 후 한미의 정보당국은 김 제1비서의 동선과 관련한 정보 수집 과정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선대들이 잘 사용하지 않던 비행기를 이용한 김정은의 공개활동 행보가 빈번하게 노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정상들이 비행기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어색할 것이 없는 일입니다. 각국 정상들은 제각기 최첨단 시설이 구비된 전용기를 사용하고 이는 때로 정상들의 이미지 메이킹에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비행기 사용은 조금 경우가 다릅니다.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보안·경호상의 이유로 비행기 사용을 꺼렸기 때문입니다. 꺼린 정도가 아니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일설에는 1982년 북한이 최고지도자용 비행기를 구입해 이를 김일성·김정일이 보는 앞에서 시험비행하는 과정에서 비행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고, 그 이후로 비행기가 최고지도자의 이동 수단에서 배제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북한 영공을 벗어난 비행기에 대한 외부의 요격 등 암살에 대한 우려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정은의 행보는 이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비행'을 지난해 처음 공개한 뒤 부터는 수시로 비행기를 이용해 공개활동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5월 공군 지휘관들의 비행기술 경기대회를 참관했을 당시에는 부인 리설주와 함께 비행기에서 내리며 의장대의 사열을 받는 의전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4월에는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는 경비행기를 김정은이 직접 조종해 비행하는 모습이나 평양 시내를 비행기를 타고 돌아보는 모습이 공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김정은의 '비행기 사랑'은 어린시절 유학 때의 경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린 시절부터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등의 경험을 하면서 비행기에 대한 두려움도 없을 것이고 또 비행기 자체를 좋아하게 됐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최룡해 당 비서가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김정은 전용기를 이용해 러시아를 방문할 당시 기체 결함으로 한 차례 회항하는 등 북한의 입장에선 우려스럽기 그지 없는 해프닝도 발생하기도 하며 북한 최고지도자의 비행기 사용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25일 새로 건설된 평양 국제비행장 항공역사(순안공항 제2청사)를 현지지도 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부인인 리설주도 동행했다. (노동신문) 2015.6.25/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25일 새로 건설된 평양 국제비행장 항공역사(순안공항 제2청사)를 현지지도 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부인인 리설주도 동행했다. (노동신문) 2015.6.25/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이런 김정은은 지난 25일 부인 리설주를 동행해 대대적으로 새롭게 건설된 평양 국제공항을 방문합니다.

평양 순안공항의 제2청사로 건립된 국제공항은 최신식 시설을 자랑합니다. 편의점, 면세점, 식당도 모두 '현대식'으로 갖춰놓은 것이 공개됐습니다.

건설 기간 수차례 이곳을 방문하고, 건설 과정의 잘못을 이유로 최측근인 마원춘을 해임까지 하며 남다른 공을 들인 김정은은 완성된 공항을 둘러보며 어떤 그림을 머리 속에 그렸을까요.

지금 당장은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주 타켓이겠지만, 전문가들은 언젠가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위해 외국을 방문할 때 이 국제공항을 통해 전용기를 타고 나가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노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공개활동에서 김정은의 머리 속에 그려졌을 그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정은의 '비행기 사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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