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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남편이 이혼 청구 가능할까?…'유책'과 '파탄' 갈림길

파탄주의 "파탄난 혼인생활…누구나 이혼 청구" vs. 유책주의 "파탄 책임 배우자는 자격 없다"
대법, 오는 26일 '혼외자 남편의 이혼 청구 사건' 공개변론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2015-06-21 08:30 송고
© News1 2015.02.03/뉴스1 © News1
© News1 2015.02.03/뉴스1 © News1
바람을 피워 혼인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한 남편이 부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을까.

1965년 9월 대법원은 부인 유모씨가 불임이라는 이유로 첩을 들인 남편 김모씨가 낸 이혼소송에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혼인생활을 파탄낸 책임이 남편에게 있기 때문에 남편의 뜻대로 이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유책주의'를 채택한 최초 판례다.

가부장주의가 팽배했던 시절 이른바 '축출이혼(逐出離婚)'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원칙을 내세웠다. 바람을 피운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인을 일방적으로 내쫓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50년간 이혼제도의 근간으로써 유지된 유책주의 원칙은 여권 신장 등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는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잘못이 있는 배우자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파탄주의'를 따른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오는 26일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판례를 변경할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연다.

공개변론 대상은 외도로 인해 15년 가까이 별거하고 있는 남편 백모(68)씨가 부인 김모(66)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 사건이다.

백씨는 1976년 결혼해 김씨와 자녀 셋을 뒀지만 1998년 다른 여성 A씨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은 뒤 2000년부터는 A씨와 살고 있다.

백씨측 변호를 맡은 김수진 변호사는 파탄주의로의 판례 변경을 주장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회복되지 않을 혼인관계를 법적으로만 유지하는 것은 양측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혼인관계를 정리해 양측 모두에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책 배우자에 대한 제재가 아닌 무책 배우자와 자녀 등에 대한 경제적 보호 등 구제적 관점에서 이혼제도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서류상 이혼을 막는다고 바람난 배우자가 돌아와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며 "이혼 청구권을 주되 법원이 재산 분할과 양육비 지급 등 무책 배우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적극 개입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씨측 변호인으로 나서는 양소영 변호사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파탄주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양 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파탄주의를 도입한 나라는 이혼 후 부양 및 미성년자녀 보호 등에 대한 규정이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여건이 전혀 안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람 피운 남편이 경제력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바람 피우고 이혼해달라고 요구한 뒤 부인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생활비를 주지 않고 쫓아내는 사례가 아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별산제를 택하고 있어 유책 배우자가 별거 상태에서 재산을 빼돌리더라도 무책 배우자는 속수무책"며 "재산분할 등 경제력이 없는 배우자와 미성년자녀를 보호할 장치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ku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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