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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올인' SK네트웍스, 5500억 투자 속사정은?

사업 후보지 동대문 일대에 8개 기업 몰려 경쟁 치열, '자본력'으로 승부수
올 11월 워커힐 면세점도 특허 만료, 수성마저 실패하면 면세사업 접을 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15-06-21 08:00 송고
SK네트웍스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 후보지로 정한 동대문 케레스타 투시도 © News1 2015.06.10/뉴스1 © News1
SK네트웍스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 후보지로 정한 동대문 케레스타 투시도 © News1 2015.06.10/뉴스1 © News1
'도약이냐, 추락이냐.'

SK네트웍스의 면세점 사업이 기로에 섰다. 8개 기업이 면세점 후보지로 찍고 몰려든 동대문 '격전지'에서 살아남으면 면세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지만 실패하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SK네트웍스는 서울 시내 면세점에 도전하는 대기업 후보군 중에서 비교적 잠잠한 편에 속했지만 최근 부쩍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후보지인 동대문에 최대 55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태세다.

21일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최근 리뉴얼하고 있는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에는 총 1000억원이 투자된다. SK네트웍스는 올 1월에 지하 1층의 시계·부띠그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고, 연말에는 지상 1·2층 매장을 리모델링해 열 계획이다.

흥미로운 점은 SK네트웍스가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하는 워커힐 면세점 특허가 오는 11월 만료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연장 개념으로 면세점을 운영을 이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에 따라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자동갱신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연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네트웍스의 면세점 사업은 올해 기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초 입찰 접수를 마감한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따내고 워커힐 면세점 특허권을 수성하면 롯데, 신라와 함께 나란히 어깨를 견줄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실제 SK네트웍스는 호텔롯데, 호텔신라와 함께 서울 시내에 면세점을 보유한 '대기업 3인방' 중 하나다. 현재 총 6개인 서울 시내 면세점 중 5개는 롯데·신라·SK 등 대기업 3사(社)가, 나머지 1개는 중견기업인 동화면세점이 운영하고 있다.

이중 롯데가 3개(소공점·월드타워점·코엑스점)를 운영하고 있고 신라(장충점), SK네트웍스(광장동 워커힐)는 각각 1개씩 보유하고 있다. 동대문에 특허를 따내면 사업장이 2개로 늘어나지만 실패하면 기존에 경쟁하던 롯데, 현대산업개발·신라 뿐만 아니라 신세계(남대문시장), 현대백화점(무역센터), 이랜드(신촌·홍대), 한화갤러리아(여의도) 중 새로 특허를 따내는 2개 기업과도 경쟁해야 한다. 

신규특허 획득도 중요하지만 당장 워커힐 특허권 방어도 걱정거리다. 워커힐 방어마저 실패하면 면세점 사업을 졸지에 중단해야 한다. SK네트웍스의 면세점 사업의 운명을 가늠할 중요한 입찰전이 올해 안에 모두 진행되는 셈이다.

사실 SK네트웍스는 지난 1992년 워커힐 면세점을 열고 23년이나 면세점을 운영한 기업이지만 '현상유지' 선에 머물러왔다. 총 9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 5개의 특허를 보유한 신라와 달리 SK네트웍스는 여지껏 워커힐 면세점 하나만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2000년대 중반 한류 마케팅을 통해 급성장, 지난해 기준 국내 매출 점유율을 47% 선까지 높였다. 호텔신라도 국내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높였고 지난해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을 시작하는 등 글로벌 면세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에반해 워커힐 면세점의 2014년 매출은 2632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면세점 매출의 3%,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의 6% 정도만을 차지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조성 계획인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파사드 투시도© News1
SK네트웍스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조성 계획인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파사드 투시도© News1

면세점은 SK네트웍스 내에서도 비주류 사업부문이다. 2014년 기준 SK네트웍스의 사업별 매출 규모는 △E&C(9조8547억원, 44%) △상사(6조2615억원, 27.9%) △정보통신(4조6688억원, 20.8%) 등의 순이다. 면세점을 포함해 워커힐이 기업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전에는 동대문을 후보지로 정하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뒤늦은 감이 적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투자 계획 규모는 후보군 중 최고 수준이다. 지금까지 동대문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5500억원이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동대문 패션문화관광지구 개발계획과 연계해 관객 1만명 수용 규모의 초대형 공연장 및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문화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패션 소상공인 동반성장 펀드, 야간 가로환경 업그레이드 사업 등에도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 투자금액이면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아니고서는 쉽사리 결정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비주력이었던 면세점 사업이 SK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목됐지만 의지대로 키워나가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이번에 특허를 따낼 경우 동대문 케레스타 1만5180㎡ 면적을 임차할 계획이다. 대기업 후보군 중에서는 이랜드와 함께 '유이'하게 보유건물을 활용하지 않고 임차 방식을 택한 경우다. 특허 획득에 실패하면 임차 계약이나 투자계획은 없던 일이 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명동 본사를 비롯해 도심에 다수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동대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과감하게 임차를 선택한 것"이라며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운영상 불리함을 감수하고 동대문을 택한 것은 수요자 중심의 면세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동대문 케레스타는 강남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낙점한 현대백화점그룹이 한때 사업지로 고려했던 건물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은 이 건물에는 도심형 아웃렛을 운영하기로 했다. 

문제는 동대문 지역에 워낙 많은 후보가 몰려있다는 점이다. 대기업군에서는 롯데가 롯데피트인을 사업후보지로 정했다. 중소중견기업군에서는 중원면세점이 롯데피트인, 대구 시내 면세점 운영업체인 그랜드관광호텔은 헬로APM을 후보지로 낙점했다. 동대문 상가 소상공인들은 제일평화시장, 키이스트는 맥스타일 건물을 사업 후보지로 정하는 등 중소·중견기업이 대거 몰려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동대문은 명동다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이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지만 면세점은 없어 사업 후보지 1순위로 꼽힌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대문에 후보지가 몰린 것은 그만큼 입지가 좋다는 방증이지만 경쟁도 치열하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지역 안배상 동대문에 어느 한 기업이라도 선정되면 여타 기업들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역량의 핵심인 명품 브랜드 협상력과 투자 역량 등을 종합하면 동대문에서는 우리가 특허를 받아야 제대로 상권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는 질적인 면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양적으로도 성장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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