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2.8억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 스마트워치' 만들어요"

스타트업 '닷' SKT 벤처인큐베이션센터에서 개발 '구슬땀'...SKT가 사업지원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2015-06-19 06:00 송고 | 2015-06-19 14:59 최종수정
왼쪽부터 주재성 디자이너, 김주윤 닷 대표, 성기광 최고기술경영자(CTO), 임주환 엔지니어 © News1
왼쪽부터 주재성 디자이너, 김주윤 닷 대표, 성기광 최고기술경영자(CTO), 임주환 엔지니어 © News1

"보지 못하는데 스마트워치가 무슨 소용인가요? 저희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만들고 있어요."

김주윤(26) '닷'(dot) 대표는 "디지털 기기 접근성 문제는 하나의 평등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0평 남짓한 방 한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는 1주일치 일정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부분 벤처기업 '닷'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만나자는 약속들이다.

'닷'은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직원은 10명이 채 안된다. 사무실은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브라보! 리스타트'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센터를 사용한다. 이 센터는 SK텔레콤이 창업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센터는 365일 24시간 오픈돼 있으며, 닷을 포함한 10개의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4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10개 벤처기업들은 지난 1월 이곳에 들어와 오는 10월까지 머문다. '브라보! 리스타트'가 2013년부터 운영했으니, 이들은 3기 입주사들인 셈이다. '점자 스마트워치' 같은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곳도 있고, 브랜드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 촬영서비스 등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도 있다.

박성혁 센터장은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SK텔레콤 사업팀의 멘토링, 교육과 파이낸스, 비즈니스 관련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는 교육도 주단위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가장 기대되는 기업으로 '닷'을 꼽았다. 그는 "점자 스마트워치는 전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며 "국내 벤처가 이를 해내면 정말 혁신적인 성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 '첨단 기술'에 집착하지만 기존에 있는 기술을 적절히 조합한 '적정기술'도 시장에 충분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닷이 바로 그런 벤처"라고 덧붙였다.

연매출 45조원의 프랑스 대표 이통사 '오렌지'도 닷을 주목하고 있다. 실물모형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프랑스를 다녀온 점자 스마트워치는 스마트 기술 사각지대에 있는 전세계 2억8500명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능동형 웨어러블 제품이다. 점자책 보급률은 1%에 불과하고 전자기기와 연결해 쓸 수 있는 전자점자단말기 가격이 200만원을 웃돈다는 문제점에서 사업구상을 시작했다.

김주윤 대표는 "전자점자 단말기가 너무 비싸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부가 2000대 정도를 사서 공공기관, 학교 등에 제공하며 장애인분들은 이용을 신청해도 당첨이 돼야 쓸 수 있다"며 "7년동안 7번의 추첨에서 다 떨어진 아주머니 한분을 만나게 됐다"고 사업동기를 밝혔다.

점자 스마트워치는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스마트기기와 연동돼 다양한 앱과 데이터를 점자화한다. 화면을 보고 터치하는 일이 불가능한 이들을 위해 24개의 작은 원기둥이 오르내리면서 숫자, 글 등을 점자로 구현한다. 데이터로 전송되는 문자, 모바일 메신저 등도 자동으로 변환해 알려준다. 시각장애인도 스마트워치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셈이다.

닷이 개발중인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출처='닷) © News1
닷이 개발중인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출처='닷) © News1


김 대표는 "기존 스마트워치도 음성을 지원하기에 들을 순 있지만, 내게 도착한 메시지가 주변 모든 사람에게도 다 들리는 건 프라이버시 문제"라며 "이어폰을 꽂으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귀에 이어폰까지 꼽는 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월부터 테스트에 들어가 11월 중 미국에서 먼저 30만원대 수준으로 출시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점자 스마트워치는 이후 국내에도 시판될 예정이며 최종 목표 판매가는 10만~15만원대다. 현재는 경기도 안양시 한 부품제조사에 발주해 조립하는 과정이다. 그는 "초기 기업이다 보니 자금적 문제가 가장 컸는데 SK텔레콤이 1억2000만원 상당의 투자를 지원해 줬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후속 지원으로 유통판로 개척 등도 지속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이와 비슷한 형태의 인큐베이션 센터는 서울에만 20개가 넘는다. 그는 "이곳만의 차별점을 꼽는다면, 대기업인 SK텔레콤 사업부와의 공동사업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며 "각자 따로는 할 수 없는 상품력과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통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브라보! 리스타트' 1기 벤처이자 미니 스마트빔 개발사 크레모텍은 SK텔레콤을 통해 미니 스마트빔 기기를 국내외에서 판매 중이다. 3기 벤처 중 브랜드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브랜디'는 SK그룹의 SK-KNET 펀드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한 동영상 촬영 서비스 '콜라보'도 향후 성장 가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박 센터장은 "인큐베이션 센터는 벤처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 전까지 준비를 도와주는 곳"이라며 "올해 보다 본격적인 밀착지원을 하고 있어 앞으로는 시장에서 눈에 띄는 기업들도 하나둘씩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의 경우 마케팅, 하드웨어의 경우 판로개척 등을 SK텔레콤이 직접 지원한다"며 "아직까지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앞으로는 본격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SK텔레콤 창업지원 '브라보! 리스타트' 인큐베이션 센터 © News1<br /><br />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SK텔레콤 창업지원 '브라보! 리스타트' 인큐베이션 센터 © News1




hkmaeng@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