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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사다 팔아요"…유한킴벌리 대리점 체계 '흔들'

'본사-대리점-슈퍼' 구조깨져…온라인 대리점만 수익↑
"대리점별 차별·수익악화"…유한킴벌리, 대응책 마련나서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5-06-10 18:14 송고 | 2015-06-11 11:28 최종수정
유한킴벌리는 온라인 대리점에 제품 표기를 하지 않는 제품 상자를 공급하고 있다. © News1
유한킴벌리는 온라인 대리점에 제품 표기를 하지 않는 제품 상자를 공급하고 있다. © News1
유한킴벌리의 대리점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부 대리점은 본사에서 제품을 받지 않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사서 파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받는 슈퍼마켓도 마찬가지다. 대리점들은 유한킴벌리의 비정상적인 경영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울분을 터트린다.
◇"온라인 4만원대 제품, 본사에서 5만1000원에 매입"

11일 유한킴벌리 복수 대리점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대표적인 제품인 하기스 기저귀(1단계 공용 1박스)는 오프라인 대리점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가격대가 형성됐다.

A오프라인 대리점의 경우 하기스 기저귀를 5만1000원 선에서 본사로부터 공급받는다. 여기에 500원 가량 마진을 붙여서 일반 슈퍼마켓에 판다. 슈퍼는 이 가격에 약 20% 마진을 얹어 6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팔고 있다.

이는 본사-오프라인 대리점-슈퍼마켓으로 이어지는 유한킴벌리 제품 유통의 일반적인 구조다.
하지만 유한킴벌리의 온라인 대리점이 성장하면서 이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온라인 대리점은 동일 제품을 4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리점의 공급가 대비 7000원 가량 저렴한 것이다. 소비자가 가격이 비싼 오프라인 대리점 제품을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A대리점주는 "일부 오프라인 대리점은 본사에서 제품을 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구매해서 슈퍼에 재판매하고 있다"며 "상당수 동네 슈퍼도 (대리점에서 제품을 받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사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본사 차원에서 오프라인 대리점 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점주는 "10개 대리점 단위로 관리하는 지사가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제품 판매에 대해 제지받은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유한킴벌리는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리점 가운데 온라인 대리점 비중은 5% 정도로 수는 10개 미만이다. 하지만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 대리점을 압도한다.

오프라인 대리점들은 한 달 평균 매출이 과거 1억원에서 현재 1000만원 선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한다. 오프라인 대리점주 사이에서는 '유한킴벌리의 대리점이 아니라 재고창고가 됐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반면 온라인 대리점은 5억~10억원 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 상황에서 유한킴벌리는 회사 자체적으로 온라인 판매망을 강화했다. 이 회사는 올해 직영 온라인 쇼핑몰인 '맘큐'를 개설했다. 상당수 제품판매가는 오프라인 대리점의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대로 알려졌다.

◇"온·오프라인 차별 심해…황사마크스 1박스도 못 받아"

이처럼 유통마진을 줄여 낮게 제품을 파는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 유통을 역전한 것은 최근 유통업계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오프라인 대리점이 문제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온라인 대리점과 비교할 때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B 대리점은 '좋은느낌'(생리대) 제품이 담겼는데도 '겉모양'과 '가격'이 다른 박스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한 박스는 18개가 들어간 오프라인 대리점용이다. 다른 박스는 18개에 1개가 추가된 온라인 대리점용이다. 오프라인 대리점은 본사로부터 대리점용 박스 내 1개 제품을 3990원에 공급받는다. 반면 18+1개 박스 내 1개 제품의 온라인 판매가는 훨씬 저렴한 2700원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한킴벌리는 일부 온라인 대리점용 박스에 제품명을 표기하지 않았다. 가격뿐만 아니라 제품 차이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A대리점주는 "대리점들은 표기가 없는 박스 내용물을 '단종제품'으로 부른다"며 "품질에 문제는 없지만 단종제품이 온라인 대리점에 납품되는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대리점은 온라인 대리점과 달리 신제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는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지난주 황사마스크, 손소독제를 주문했지만 우리를 포함해 상당수 대리점이 한 박스도 받지 못했다"며 "오늘 (본사에서) 한 유통채널로 가는 물품트럭에는 많은 양의 박스가 실려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썸머하기스 기저귀 등 신제품도 온라인 대리점이 독점으로 판매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오프라인 대리점이 온라인 대리점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 대리점에 선정되려면 유통 경력, 조직구성원, 담보 능력 등 본사가 제시한 10여 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게다가 대리점들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려면 몇 달간 손실을 감수해야한다고 주저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판매실적 이외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제도는 '판매목표 장려금제도'가 있다. 이 회사가 제시한 목표치(본사 매출치·대리점 매입분)의 90%를 넘기면 10% 내외 장려금을 받는 제도다. 일반적인 유통기업의 대리점은 장려금을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의 경우 대리점으로부터 목표치가 과도해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비판받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장려금제도를 개선한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장려금 제도 변경에 대한 세부계획이 확정되면 7월부터 변경안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올해 3월부터 제도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한킴벌리 본사와 대리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일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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