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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세점 1일 마감…'재계 오너들의 자존심 전쟁' 幕 올랐다

아이파크·호텔신라, 현대百, 신세계, 롯데, 한화, SK, 이랜드 등 7개 후보 경합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15-05-29 18:38 송고 | 2015-05-31 17:43 최종수정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를 위해 손을 잡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 맨 좌측)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가운데)이 시내 면세점 사업자선정 신청지인 용산 아이파크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 제공) 2015.5.25/뉴스1 © News1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의 입찰 접수가 1일 최종 마감되면서 사업자를 가리기 위한 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관세청은 특허 신청 서류를 제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해 일반경쟁입찰 2곳, 중견·중소기업제한경쟁입찰 1곳 등 총 3곳의시내면세점 특허를 오는 7~8월께 새로 발급할 예정이다.

최대 관심사는 2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일반경쟁입찰에서 누가 살아남느냐다.

일반경쟁입찰에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 호텔롯데, SK네트웍스, 이랜드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신규 면세점을 거머쥐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면세점이 매년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4년 말 기준 8조2000억원으로 전년비 26% 증가했다.  
◇삼성家 대표 이부진 사장, 자존심 지킬까

면세점 자체가 워낙 성장전망이 밝기도 하지만 각 기업들은 면세점 사업이 절실한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면세점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회사 수익에 절대적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2015.01.12/뉴스1 © News1

호텔신라의 지난해 면세사업 매출은 2조6121억원, 영업이익은 1489억원이다. 면세사업이 전체 사업 매출(2조9089억원)의 90%, 영업이익의 107.2%를 차지한다.

호텔사업에서는 지난해 20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호텔에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면세점 사업 확장은 그만큼 중요하다.

서울 시내에 신라면세점 장충점을 이미 운영하고 있지만 도심과는 거리가 있어 신규 면세점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삼성그룹을 대표해 이번 입찰전에 참여하는 이부진 사장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이 사장은 이번 특허를 따내기 위해 현대가(家)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의 합작법인(HDC신라면세점) 설립도 마다하지 않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News1 2015.04.27/뉴스1 © News1

현대산업개발은 침체에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을 제대로 활용하는 차원에서라도 면세점 유치가 절실하다.

아이파크몰은 연면적 28만㎡에 달하는 대형 복합몰이지만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 연속 적자를 거듭했다. 2011년에야 조금씩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는 매출 1299억원, 영업이익 260억원의 실적을 올렸지만 복합몰 규모에 비해서는 초라한 성적표다.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은 매장면적 6435㎡로 아이파크몰의 40분의 1 수준의 크기지만 지난해 매출은 2928억원으로 아이파크몰보다 2배 이상 크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몰 문화관 5개 층에 매장면적 2만7400㎡ 규모의 면세점을 계획하고 있다. 특허를 따낼 경우 현재 이곳에 있는 60여개 매장의 옮겨 자리를 비워야 하지만 아이파크몰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내부에서 대부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남아돌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제공=신세계)© News1 2014.08.28/뉴스1 © News1

◇현대·롯데·신세계, 유통 '빅3' 대결도 관심


백화점 중심의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쓰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서도 면세점은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롯데, 신세계와 함께 국내 '유통 빅 3'로 불리지만 유일하게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지 못했다.

정지선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3년 전부터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 왔지만 면세사업 경험 기업으로 자격을 제한한 올 1월 인천공항면세점에는 입찰조차 못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만큼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은 현대백화점에게는 중요한 과제다.

현대백화점은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일찌감치 낙점하고 중소면세사업자인 엔타스듀티프리와 여행사 모두투어 등과 함께 합작법인(현대DF)를 설립해 시내 면세점 특허 획득에 도전하고 있다.

유통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에게도 면세점은 숙원 사업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의 상징이자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백화점 건물인 본점 본관 전체를 통째로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우며 서울 시내 면세점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2012년 10월 계열사인 신세계조선호텔을 통해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한데 이어 2014년 4월부터는 김해공항면세점을 운영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는 이미 진출해 있다. 하지만 라이벌 롯데와의 진검승부는 서울 시내 면세점에 진출해야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News1 2014.08.14/뉴스1 © News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도 이번 신규 입찰전은 팔짱만 낀채 지켜볼 수 없는 문제다.

호텔롯데는 소공점과 코엑스점, 월드타워점 등 서울시내에 6개 면세점 중 3개 면세점을 이미 운영하고 있는 과점적 지위에 있다. 하지만 면세사업 라이벌인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이라는 조력자와 손을 잡고 영역 확장을 꿰하고 있는데다 올해 만료되는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다시 따내리라는 보장이 없어 상당히 초조한 입장이다.

입찰 결과에 따라 면세사업의 위축도 우려된다. 그룹 내에서 면세사업을 맡고 있는 호텔롯데는 지난해 전체 매출(4조7165억원) 중 83%인 3조9394억원, 전체 영업이익(4073억원)의 96%인 3915억원을 면세사업을 통해 거둘 정도로 면세점에 의지하고 있다.  

만일 소공점이나 월드타워점, 코엑스점 인근에 경쟁사의 면세점이 들어서게 되면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롯데그룹은 이탈리아 면세점 기업 WDF(World Duty Free)의 인수를 최근 포기하는 등 사업 영역 확장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는 중소 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손잡고 동대문 피트인에 총 1만2149㎡ 규모의 면세점을 계획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 News1 2014.10.14/뉴스1 © News1

◇한화·SK·이랜드, 면세점 사업 발판 유통강자 도약할까 


지난해 말부터 김승연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한화그룹도 면세점에 적지 않은 열의를 보이고 있다.

여의도IFC몰, 롯데월드타워 등 초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며 이제는 낡은 건물로 인식되기 시작한 63빌딩에 면세점 유치를 선언,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SK네트웍스도 워커힐면세점의 운영 노하우를 살려 면세사업 확장을 꿰하고 있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 News1 2014.01.02/뉴스1 © News1

동대문 케레스타를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정하고 특허 획득에 도전한다.

그룹의 수장인 최태원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점은 이번 수주전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 입지와 사업 기획의 완성도 등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만 오너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타사에 기(氣)에서부터 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이랜드 그룹의 박성수 회장 입장에서도 면세점은 매력적인 사업이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 현지에서 44개 패션 브랜드와 73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 SPA(패스트패션) 플래그숍 및 외식브랜드도 진출한 상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큰 손'으로 자리잡고 있는 국내 면세점 사업에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랜드는 홍대 입구에 위치한 마포구 서교동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를 사업 후보지로 정하고 대기업 후보군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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