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英美선 핀테크로 해외송금 '거의 공짜', 국내선 '환치기' 푸대접

[기획 : 우리에게 핀테크란] ③트랜스퍼와이즈, 송금수수료 10분의1 줄어
외국환거래법에 막혀 국내에선 서비스 불가능…규제완화 필요한지 논의 중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5-05-14 15:58 송고 | 2015-05-18 08:38 최종수정
 2015 성균관대 전통 신입생 환영식
 2015 성균관대 전통 신입생 환영식 "신방례"에서 유건 쓴 선비복장을 한 외국인 유학생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미국으로 딸을 유학 보낸 A씨는 송금을 위해 은행을 찾을 때마다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딸의 해외 계좌로 송금하는 데는 적지 않은 수수료가 들기 때문이다. 100달러를 송금하려면 1만3000원 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중개은행 수수료 20달러(약 2만1000원)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하고, 딸이 돈을 찾을 때 드는 해외 현지은행 수수료도 별도다. 수수료를 많이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이체 완료까지는 3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국제화 시대를 살면서 유학 중인 자녀에게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이민 간 친구에게 갑작스럽게 돈을 부치는 등 해외 송금할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송금 과정이 복잡하고 수수료도 많이 들기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송금 수수료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혁신적인 핀테크 사업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규제에 막혀 푸대접을 받고 있다.

◇ 해외송금 위해선 3중 수수료…송금 완료까지는 시일도 소요

시중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하는 경우 국내은행에 부담하는 외화 송금 수수료와 해외 중개은행에 부담하는 중개은행 수수료, 해외 현지 은행에서 송금액을 찾을 때 부담하는 현지 은행 수수료 등 3중 수수료를 내야 한다. 

외화 송금 수수료의 경우 시중은행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미화 500달러 이하의 수수료는 5000원, 5000달러 이하는 1만원이다. 여기에 은행 간 통신망을 제공하는 SWIFT도 '전신료'라는 명목으로 이체 금액과 상관없이 건당 8000원의 수수료가 들어간다. 해외에서 돈을 찾을 때에도 현지 은행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또 송금을 위해서는 은행을 최소 3곳 이상 거치다보니 이체 완료까지는 3일 가량의 시간도 소요된다.

이같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은행 외에 해외송금업체인 웨스턴유니온, 머니그램도 등장했지만 시간을 단축시킨 대신 비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단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데 영국의 핀테크업체인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의 핀테크 사업 모델은 시간과 돈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서비스가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처리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도 단축되고 송금 수수료도 10분의 1 정도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또 일반적인 국제 송금 절차상으로는 환전 후 송금을 해야 하는데 이 서비스는 실제 돈이 오가지 않기 때문에 환전이 필요하지 않다. 각 지역에서 송금자와 수금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 역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서비스 성격이 '환치기'로 몰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위반되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환치기란 국가 간에 오가는 외환거래를 환전업자가 국내에 마련한 계좌를 통해 국내에서만 이뤄진 거래인 것처럼 위장한 불법 외환거래를 뜻한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환 업무는 금융회사로 등록해야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사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 금융 스타트업 기업인 토마토솔루션이 금융기관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간 송금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불법자금 세탁' 수단으로 변질 우려…외환거래법 규제 어쩌나

규제로 인해 송금 관련 핀테크 기업이 국내에 발을 내딛지 조차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외국환거래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구태언 대표변호사는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외화를 송금할 때 필요로하는 방향은 안전한 송금과 저렴한 수수료"라며 "비행기를 탈 때 값 싼 티켓, 안전한 항공사를 선택하는 것과 같이 이치"라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외환거래법은 우리나라가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와야 수입을 할 수 있었던 60~70년대 패러다임 하에서 제정된 법률"이라며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국이 됐고, 외화가 부족해서 나라가 위험한 상황이 아니므로 외환거래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칫 규제완화로 불법자금 세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외환 거래가 부동산 취득 등의 재산 도피, 미신고 해외예금, 자금 세탁, 수출입 가격 조작 등 여러 가지 불법적인 수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불법 외환거래를 알선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불법 외환거래를 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불법 외환거래를 벌인 재벌 일가와 연예인 39명을 무더기로 제재하기도 했다. 행정 제재 대상에서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 친·인척 5명과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 구본무 LG회장 여동생 구미정 씨,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배우 한예슬씨 등은 과태료 처분 대상으로 금융위원회로 통보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최근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800만달러(한화 86억여원) 규모의 해외 상습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송금 수수료 절감, 편의 제고 차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범죄 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행법상 해외 송금 관련 핀테크 기업에게 제약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나 국외 유학자금을 송금하고자 하는 부모 등 해외송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기술도 뒷받침되고 있다"며 "외국환거래법이 절대악인 것은 아니고 기본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달라진 환경에 바뀔 필요가 있는지, 바뀐다면 수준은 어느정도가 될 것인지 등 여러 각도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15.05.04/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2015.05.04/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junoo5683@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