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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률 사무처장 "정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순수한 뜻 외면"

(광주=뉴스1) 최문선 기자 | 2015-05-10 11:43 송고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7일 오후 광주 남구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5.0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7일 오후 광주 남구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5.0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이 노래의 순수한 뜻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데, 국민 대통합을 외친 정부가 이를 외면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올해로 7년째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10일 이같이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사실 이 노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전두환 정권의 폭압적인 쿠데타를 용납할 수 없다는 용감한 광주시민들의 용기 있고 민주적인 행동의 산물이었다"며 "지난 30여년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불렀던 노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념식에서도 항상 제창이 됐던 노랜데 이명박 정권 때부터 이상하게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종북이라든지 이상한 색깔을 칠하려고도 한다"며 "그런 걸 보면 뭔가 자꾸 부정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고 술회했다.

지난 2013년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국회 통과된 후 지금까지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최소한 합당한 이유를 대고 이래서 안되겠다라든지 아니면 언제까지 하겠다라든지 하는 정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국가기념곡 전례가 없기 때문에 안 된다는 변명은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기정 의원이 법률안 발의를 했던데, 그럼 논의를 통해서 만들어주겠다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5·18 민주화운동은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이 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데 기념식 식순에 넣어서 제창한다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안하려고 고집을 피우는 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곡에 대한 의도가 달리 비춰지는데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가사가 격하지도 않고 폭력적인 것 없이 상당히 서정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있는 노래다"며 "5·18과 관계없이 노동현장 등에서 사회 약자들이나 정부를 규탄하는 사람들이 불러오긴 했지만 이 노래의 탄생은 그걸 목적으로 했던 게 아닌데 '나쁜 노래'라는 인식으로 본래 큰 뜻이 훼손되는 것 같다.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람들이 스스로 절절해서 자연발생적으로 부른 것을 누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며 "나쁜 곡이란 딱지를 붙인다면 참 우스운 얘기다"고 덧붙였다.

7년째 계속되는 논란 때문에 자괴감으로 힘겹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는 "제가 작곡했다고 해서 (곡이) 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기념식이 자꾸 파행된다고 하니까 나 때문이 아닌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든다"며 "기념식이 국가에서 정식으로 추모하는 형식으로 치러져야 하는 데 그렇게 안 돼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제공)2015.5.10.© News1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종률 사무처장이 전남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2년 5월 경 소설가 황석영 씨의 제안에 따라 광주지역 노래패 10여명이 모인 가운데 황 씨의 자택에서 1박2일이란 짧은 시간에 완성된 노래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전남도청을 점거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1978년 말이라는 설도 있음)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그의 대학 후배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치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혼식 선물로 노래를 전달하잔 논의를 거쳐 만든 30분짜리 노래극(미니 뮤지컬)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마지막으로 삽입된 합창곡이다.

작곡은 김종률 사무처장이, 가사는 백기완 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 12월 서대문구치소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해 황석영 씨가 붙였다.

김종률 사무처장은 곡과 관련 "두 분이 들불야학을 운영하며 겪은 일, 두 분의 사랑 이야기, 5·18로 인한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을 뚫고 영혼결혼식으로 맺어진 과정을 노래극으로 담았다"며 "희생당한 분들이 자꾸 낙담하고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뭔가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만들면서도 장중함과 순간순간의 아픔, 그걸 이겨내는 각오들을 담기 위해 장조가 아닌 단조를 택했다"고 곡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곡을 4~5시간 만에 완성했다. 이후 가사를 붙여 노래패들과 연주하고 노래하며 카세트테이프 한 장에 곡을 담는 데는 1박2일이 걸렸다.

김 사무처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곡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만들기는 쉽지 않은데 돌이켜보면 제가 음악천재여서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니다"면서 "5·18 당시 제가 용기가 없어 앞장서지 못했던 죄책감과 살아남았다는 아픔과 부끄러움, 노래를 반드시 만들어야겠다는 절박감이 응축돼 나온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7일 오후 광주 남구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5.0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7일 오후 광주 남구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5.0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처음으로 완성된 곡을 들었던 순간에는 노래 제작에 참여했던 이들 모두 '울컥' 치미는 무언가를 느꼈다고 한다. 그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고 퍼져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위로와 위안을 얻은 노래가 된 것 같다고도 얘기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뒤바뀌었다고 전했다.

1970년대 말 광주지역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제2회 전일대학가요제에서 '소나기'란 곡으로 대상을 수상하고, MBC 대학가요제에서는 '영란과 강진'이라는 곡으로 은상을 타는 등 당시 열정적인 음악인이었지만 5·18이후엔 노래와 음악에서 그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1982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마지막으로 음악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는 그는 5·18 민주화운동이 사람들의 절절한 아픔으로 남아있고 그 속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여러 사람의 위안으로 자라왔다고 확신한다.

이후 14년 여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지낸 후 올해 초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직을 맡게 된 김종률 씨의 바람은 하나다. 매년 5월 아픔을 겪는 많은 이들에게 아픔보다는 위로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5월도 또 이겨내야죠. 새 날이 올 때까지."


moo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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