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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 그가 말하는 할리우드 드림(인터뷰)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2015-05-09 07:25 송고

'마블의 신데렐라', 이토록 특별한 수식어가 있을까.

배우 수현(31)의 할리우드 드림은 역시 특별하다. 스물한살의 나이가 되던 해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에 입상한 후 성룡에게 영화 '러시아워' 오디션 제의를 받았던 당시만 해도 할리우드는 멀리 저 너머에 있는 꿈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국내에서 배우 활동을 이어가던 차에 갈증을 느끼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을 무렵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할리우드 영화의 오디션에 도전했다.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 / 어벤져스2) 주요 배역에 발탁됐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만 해도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캐스팅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고 기사가 하나 둘 씩 쏟아지면서 나오는 뜨거운 반응들에 비로소 실감이 나기 시작했고 마블 코믹스를 향한 국내 팬들의 사랑을 새삼 알게 됐다고. 이후 부푼 가슴을 안고 있었지만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촬영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수현은 '어벤져스2'로 할리우드 드림의 첫 테이프를 성공적으로 끊었지만 다시 다음 목적 지점을 향해 채비를 바삐 서둘렀다. 미국 드라마 '마르코폴로2'에 출연하기 위해 6개월 이상 해외에서 머무르며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당분간 국내 활동 계획이 예정돼 있지 않은 만큼 향후 지속될 그의 할리우드 드림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로부터 할리우드 드림 성취 전과 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수현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어벤져스2' 출연 소감을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배우 수현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어벤져스2' 출연 소감을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영화의 반응이 이렇게 좋을지 예상했나. 
A. 한국의 반응이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좋아서 기쁘다. 다른 배우들도 전세계 중 한국 팬들이 가장 많이 열광해주는 것 같아서 새삼 놀라워하는 것 같다. 쇼케이스 때도 한국 팬분들이 뜨겁게 환영해주는 걸 보고 감동적이라고도 했다.

Q. 직접 경험해 본 할리우드는 어땠나. 
A. 할리우드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았다. 다만 마블이기 때문에 좀 더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고나 할까. 마블이 워낙 보안이 철저하기 때문에 대본을 받을 때도 비밀요원이 나와서 전달해줬다.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기도 했고 세트장에서도 의상이 유출되지 않기 위해 검은색 천을 써야 했다. 조금 더 특별하다고 봤던 건 작은 일을 하는 스태프부터 큰 일을 하는 스태프들까지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딜레이 되는 게 없더라.

Q. 보안 유지에 있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 
A. 사실 누구에게도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웃음) 마블 오디션을 봤을 때도, 발탁되고 나서도 얘기를 하진 않았다. 다만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생각할까 싶더라. 기사가 처음 나올 때 LA에 있었는데 그날이 참 잊어지지 않는다. 캐스팅에 대한 반응은 맛보기 정도였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마블에 큰 관심을 가져주실지 정말 몰랐다.

Q. 수현은 마블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A. 일단 미국에서는 코믹 북이 일상이다. TV로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책으로도 많이 보는 편이었다. 나는 주로 '엑스맨' 시리즈를 좋아했다. 얼마 전 친했던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내가 어릴 적 '엑스맨' 시리즈를 보면서 '이런 영화에 출연하면 어떨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더라.

<span>배우 수현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어벤져스2' 닥터 조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span>
배우 수현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어벤져스2' 닥터 조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그런 수현이 진짜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물에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너무 동양적이지 않은, 서구적인 이미지도 한몫했을 것 같다. 
A. 외국 분들이 보기에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다. 키 때문에도 그렇고 작고 귀여운 동양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전형적이지 않은 동양인 캐릭터에 캐스팅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조스 웨던 감독이 수현 캐스팅 이유를 연약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인물이라고 발탁했다고 하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나. 
A. 하하.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닥터 조가 어느 순간에는 울트론에게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느낌을 갖길 원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원작을 찾아보긴 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캐릭터를 만들길 원했던 것 같다. 캐릭터 속에 자신의 실제 캐릭터를 녹이기 원했는데 그런 노력을 좋게 봐준 부분도 있을 거다. 그리고 배우들이 전용기를 타는 걸 보면 자신도 주눅들 때가 있는데 나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Q. 그런 유명 배우들과의 조화는 어떻게 이루려 했나. 
A. 워낙 익숙한 배우들이면서도 사실 낯설었다. 그런데 동료로 나오니까 편해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인간적으로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분들도 선뜻 반겨줬다. 그래도 금방 친해진 편이다.

Q. 닥터 조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갔나. 닥터 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만큼 '어벤져스3' 출연도 기대해볼 부분일 텐데.
A. 사실 이름만 알려주고 다른 정보를 주진 않더라. 한국인이고 아마데우스 조의 어머니라는 점 정도만 알았고 연기는 순전히 내가 알아서 해야했다. '어벤져스3'는 일단 '어벤져스2'에서 죽지 않았으니까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웃음) 마블은 심도있게 다루지 않은 인물을 다른 데서 풀기도 하니까 내심 기대된다. 아마데우스 조에 관한 얘기도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더 이상 앞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정신 건강에 안 좋은 것 같다. 난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하하.

<span>배우 수현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어벤져스2'를 통한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span>
배우 수현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어벤져스2'를 통한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닥터 조가 한국어 대사를 하는 점도 국내 팬들에게는 인상 깊은 관전 포인트였다. 
A. 대사가 잘 안 들렸다는 분들도 계시더라.(웃음) 대사가 적혀 있던 게 아니라 지문으로 돼 있었다. 애드리브처럼 만들어야 했던 부분이다. 현장 상황에 따라 한국어 대사를 넣어야 했다. 한국어 대사를 그 누구도 지적해주지 않으니까 혼자 긴장하면서 연기했다.

Q. 그러고 보면 수현은 주로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맡아 왔다. 특별히 그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인가. 
A. 그런 것 같다. 여성들을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강인하게 풀어내면서 독립적인 모습으로 그리는 게 좋다. '버피와 뱀파이어' 같은 시리즈물을 좋아했는데 평범한 것 같은 여자가 여러 갈등 장치에 맞서는 강인한 모습이 좋다.

Q. 그렇게 선호하게 된 데에는 성장 배경이 크게 작용했나. 
A. 사실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언제나 큰 걸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자기의 목적이 뚜렷한 여성상을 좋아하긴 했다. 어릴 적부터 전세계의 여성 리더들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여성 리더들을 많이 만나보기도 했다. 뭔가 큰 세상을 본다는 것, 그게 너무 좋았다.

Q. 그렇다면 배우 데뷔부터 할리우드 진출을 꿈 꿨나.
A. 처음 외국 진출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던 건 지난 2006년이었다. 모델 입상 후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성룡에게 연락을 받았다. 영화 '러시아워' 오디션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가능한 얘기일까 생각하다가 넘어가게 됐다. 그땐 경력도 없는데 무모하다고 느껴져서 도전하진 않았다. 한국 드라마를 하면서 차도녀 이미지에 맞는 역할들을 주로 맡아오다 새로운 걸 하고 싶더라. 갈급함이 한창 있을 시기에 할리우드 오디션을 보게 됐다.

<span>배우 수현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향후 할리우드 활동에 대한 계획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span>
배우 수현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향후 할리우드 활동에 대한 계획에 대해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후 제2의 김윤진이라는 말이 나왔다. 루시 리우와 김윤진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동양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선배님과 같은 선상에 두고 말씀해주시니 정말 영광이다. 김윤진 선배님이 '로스트'에 출연하셨을 당시를 생각해보면 한국인으로서도 뿌듯하기도 하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이젠 한국 영화들도 세계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도 진출 기회가 많아질 것 같다. 무엇보다 요즘엔 과거처럼 무술 가능한 중국 배우들만 출연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다.

Q. 주로 동양인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전형적인 역할만 맡는다는 선입견이 있다. 아시아 배우들이 악역과 단역을 맡으면서까지 할리우드 진출을 꼭 목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그런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걸 굳이 비하한다고 봐야하는 것인지는 영화 전체적으로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배우로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점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택한다는 건 즐거운 일일 것 같다. 할리우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일 테니까.

Q. 당분간 해외 활동에 주력할 텐가. 
A. 하루 아침에 마블 때문에 뭔가를 얻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당분간은 해외 작품을 통해서 더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다. '마르코폴로'를 하기로 돼 있는데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다 보면 한국에서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프랑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과 같은 작품처럼 일상적인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

Q. 마블의 신데랄라도 최고의 수식어이지만 배우 생활을 길게 봤을 때 어떤 수식어를 달고 싶나.
A. 볼 때마다 다른 사람 같다고 했으면 좋겠다. 여러 표현이 가능한 배우? 그런 배우였으면 좋겠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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