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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바이오텍 성공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벽 넘는 새 돌파구

[이영성기자의 藥대藥] (29) '배아줄기세포' VS '성체줄기세포'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5-05-02 08:00 송고
줄기세포의 다양한 조직 및 기관 분화 능력.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줄기세포의 다양한 조직 및 기관 분화 능력.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줄기세포는 수많은 난치성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으로 꼽힌다. 망가진 심장을 다시 뛰게 하거나, 척수손상으로 걷지도 못했던 사람을 걸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일들은 줄기세포 고유의 능력을 알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던 줄기세포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론과 실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론대로라면 줄기세포는 모든 인체 기관으로 분화돼 아픈 사람에게 새 생명을 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줄기세포는 암화 가능성이 제기되거나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리기도 하고, 치료 효과에 대한 의구심으로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세계의 줄기세포 연구팀들은 이러한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 연구를 발전시켜왔다. 최근 들어 유도만능줄기세포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줄기세포 연구법이 탄생하기도 했고, 지난 1일 발표된 차병원그룹 바이오기업인 차바이오텍의 배아줄기세포 역시 그런 한계를 어느 정도 깨부순 국내 첫 사례가 됐다.

차바이오텍과 분당차병원 송원경 교수팀이 연구한 줄기세포치료제는 아직 상품화가 되려면 몇 단계 임상을 더 거쳐야 하지만 그 동안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상품화로 이어진 줄기세포치료제는 모두 성체줄기세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차바이오텍이 연구한 배아줄기세포치료제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 그 차이가 어떤지 알아보자.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 비교. /뉴스1 © News1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의 세포분열 과정에서 배반포 안쪽 내세포괴(Inner cell mass) 세포 덩어리를 분리시킨 특정 분화 능력을 갖는 세포를 말한다. 이 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면 치료 과정을 통해 정상 세포로 만들 수 있다.
처음 수정란은 대체로 핵이 제거된 난자에 다른 성인 체세포 핵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복제 배아줄기세포라고도 불린다. 이 경우 많은 난자를 사용해야 성공률이 높다. 윤리적인 문제가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불임 치료 과정에서 폐기되는 수정란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어 어느 정도 공감대 형성은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이번 차바이오텍 연구 역시 이러한 수정란을 활용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상대적으로 분화가 잘 되는 특성을 지녀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다만 무한증식 가능성이 있어 종양세포 분화 우려가 있다. 차바이오텍의 연구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치료 효과를 포함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했음에도 종양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배아줄기세포가 반드시 종양세포로 분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아울러 연구팀이 희귀 망막 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 2명, 스타가르트병 2명 등 총 4명의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 망막치료제를 주사한 뒤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75%의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모든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4명 중 3명의 시력이 개선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1상 중간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력을 측정하는 국제 기준인 ETDES시력표를 적용한 결과에서 글자 1개를 읽을 수 있었던 환자는 13개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호전됐다. 평균 9~19개 글자를 더 읽을 수 있었다. 차병원그룹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주사한 줄기세포는 5만셀 정도로 가장 낮은 용량이다. 연구팀은 향후 주사 용량을 10만 셀 또는 20만 셀로 용량을 늘릴 경우 시력 개선 효과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가을 해당 줄기세포치료제를 차바이오텍과 공동 개발한 미국 ACT(Advanced Cell Technology)사가 먼저 발표했던 현지 임상결과에서도 실명 환자 18명 중 13명의 시력이 회복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황반변성 환자와 스타가르트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망막색소상피세포 이식을 진행한 결과로 치료 효과율은 72%에 달한다.

차바이오텍과 분당차병원 송원경 교수팀 연구.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차바이오텍과 분당차병원 송원경 교수팀 연구.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 치료보다는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분화능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국내 유명대학병원 줄기세포 연구 교수는 “그간 임상에서 성체줄기세포가 많이 쓰인 이유는 배아줄기세포보다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능은 떨어지고 치료 범위도 제한적”이라며 “이번에 미국에서 임상에 성공한 연구도 사실 성체줄기세포로는 만들 수 없고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직이나 기관 세포에서 발견되는 성체줄기세포는 지방과 골수, 제대혈 등에서 채취할 수 있고 그 과정은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것보단 수월하다. 또 암화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수정란이 아닌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술이 용이하고 면역거부반응도 없다. 배아줄기세포 대비 대량 생산도 가능해 상품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의 연구가 활발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는 각각의 조직에 소량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 많은 양을 주입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에 배양으로 세포를 증식시켜 치료에 사용한다.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예를 들면 앞서 국내 허가됐던 모 성체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치료법으로 미흡하다는 학계 지적을 받기도 했다. 허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사실 기대만큼의 큰 효과를 내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효능을 보여 업계 부흥 차원에서 허가를 내준 성격은 있다”고 귀띔했었다.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환자 입장에선 필요한 치료제인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성체줄기세포치료제는 미미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부흥시켜야 할 부분"이라면서 " 치료효과가 높은 배아줄기세포 연구 확대로 나가되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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