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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기업 해외진출 적자로 골머리…정부, 매장확대만 부심

농식품부, 해외진출 활성화방안 내놓았지만 업체들 현실성 떨어진다며 시큰둥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5-04-08 18:43 송고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 해외매장. © News1 2012.11.20/뉴스1 © News1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 해외매장. © News1 2012.11.20/뉴스1 © News1
정부가 최근 연달아 발표한 외식기업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이 성과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진출 매장수를 2020년까지 두 배 늘린다는 목표만 세웠을 뿐 해외진출 기업들이 흑자를 낼 수 있는 노하우나 지원방안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길은 열어주지만 뒷일은 알아서 감당하라는 식이다.

현재 해외 진출한 외식기업들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지원사업이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진출 기업 대부분 적자…농식품부, 기업들 실적 파악도 못해

    

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해외진출에 나선 이후 매출은 줄고 부채비율은 늘어났다. 카페베네 해외매장수는 572개로 해외진출한 외식기업 가운데 두번째로 많다. 카페베네는 2014년 4월 중국 중기투자집단과 양해각서를 맺고 해외진출에 나섰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카페베네 연결재무재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873억원이던 매출은 2014년 1463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3년 39억원에서 2014년 31억원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013년 19억원에서 2014년 114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부채비율은 2013년말 기준 664.9%에서 2014년 상반기 852.4%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돌파구로 삼은 해외진출이 오히려 성장의 족쇄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진출 매장수가 351개로 4번째로 많은 제네시스BBQ그룹 역시 해외사업을 접을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연매출 9000억원인 BBQ그룹은 치킨브랜드 '비비큐'를 앞세워 중국, 인도네시아 등 30개국에 해외매장을 냈지만 연 5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비비큐 관계자는 "BBQ그룹의 연간 순이익이 100억원 수준인데 해외사업에 순이익의 절반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털어놨다.

    

342개 해외매장을 가진 롯데리아 역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중국 매장 모두 적자다. 흑자를 내는 곳은 베트남이 유일하다. 해외사업으로 인한 연간 영업손실액은 30억원에 이른다.

    

172개의 해외매장을 가지고 있는 파리바게뜨도 예외가 아니다. SPC그룹 관계자는 "2002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에 나섰지만 아직 적자"라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가맹사업을 전개하면 적자폭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영으로 운영하면 투자비나 감가삼각비 등으로 발생비용이 많아 흑자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외식업계 대기업인 이들 업체가 10년 넘게 공을 들여도 적자에 허덕일만큼 해외사업은 어렵다. 그만큼 구체적이고 고도의 전략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내놓은 활성화방안은 유인책에 불과하다. 현재 3726개인 해외매장수를 2020년까지 7000여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만 있을 뿐 실적과 관련된 목표는 없다.

    

심지어 현재 해외 진출한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통계도 없는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매출 공개를 꺼려 파악할 수 없었다"며 "해외진출한 기업들이 대부분 어렵다는 상황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활성화 대책은 지난해 4월 출범한 민관합동 글로벌 외식기업 협의체에서 나온 발언들을 정리해 마련한 정도다. 해외 현지조사나 해외에서 직접 도와줄 수 있는 해외공관과의 공조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 정부 활성화방안 내놓아도 업체들 시큰둥…한식세계화사업처럼 될까 경계

    

대책의 주요 골자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통합 제공이다. 전문인력 양성방안은 그동안 외식학과 전공자를 상대로 진행해왔던 교육을 외국어학과 전공자로 전환한다는 게 이전과 달라졌을 뿐이다.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통합 제공은 코트라, aT, 한식재단이 각각 제공해왔던 해외시장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외식업 웹사이트를 개설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해외 시장정보를 활용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식브랜드는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매장 주변에 사는 단골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며 "그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시장조사가 이뤄져야하고 때문에 업체 대부분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에서 발생하는 인허가 문제, 상표권 분쟁 해결을 위해 현지인으로 법률컨설팅 인력풀을 구성했지만, 경영컨설팅은 우리나라 사람들로 인력풀을 구성했다. 현지인 가운데 검증된 경영컨설턴트를 찾는게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법률전문가는 자격증으로 검증할 수 있지만 경영컨설턴트는 자격증 제도가 발달돼 있지 않아 검증이 어렵다"며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컨설팅의 효과는 덜할 수 있지만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국내 경영전문가로 인력풀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외식업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홍보사업도 단발성 이벤트 위주다. 케이푸드페어(K-Food Fair)에 외식기업을 참여시키는 것과 해외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가하는 게 전부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공동으로 입점할 수 있는 서울 스트리트(Seoul Street) 공간조성도 검토하는 수준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사업은 현지밀착형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고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런 인식이 부족하다"며 "한식세계화 사업처럼 정부가 주도하면 오히려 시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l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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