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반성이 먼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종전 40년만에 방한…전쟁상황 증언
참전군인단체 "민간인 희생자 둔갑해 참전자 희생·명예 실추" 비판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2015-04-07 20:06 송고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인 응우옌떤런(오른쪽)·응우옌티탄(왼쪽)씨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학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인 응우옌떤런(오른쪽)·응우옌티탄(왼쪽)씨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학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베트남전 종전 40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당시 전쟁상황을 전하며 한국에 사과와 위로를 요청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참전군인단체들은 집회를 열고 참전자의 희생과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주둔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인 응우옌떤런(64)씨와 응우옌티탄(55·여)씨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 식당에서 열린 '이재갑 사진전, 베트남 피해자 초청행사'에 참여해 "진실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두 사람은 광복 70주년, 베트남전 종전 40년을 맞아 '하나의 전쟁, 두개의 기억' 이재갑 사진전을 준비한 평화박물관의 초청으로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했다.


응우옌떤런씨는 "오늘 베트남 사람으로서 한국인을 만나러 왔다"며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있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는 "모든 주민들이 잠들어있던 오전 4~5시쯤 포격이 시작됐다. 한국군이 집과 땅굴을 수색해 모든 사람들을 끌어 모으더니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도 던졌다"며 "곳곳에 신음소리와 고통소리가 가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응우옌티탄씨는 "가족과 함께 땅굴에 숨어 있었는데 한국군이 수류탄으로 위협하며 나오라고 명령했다"며 "하지만 한명 한명 나갈때마다 한국군이 가족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 너무 무서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응우옌떤런씨는 1966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빈안학살)로 온 가족을 잃었다. 응우옌티탄씨도 역시 1968년 퐁니퐁넛학살에 의해 오빠를 제외한 모든 가족을 잃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응우옌떤런씨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군인들을 향해 "나는 이 자리에 평화를 위해 왔다"며 "과거의 제도 속에서 벌어진 잘못을 직시하고 인정한다면 참전군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민간인 학살 피해자를 위로할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며 "단순히 물질적 도움이 아닌 정신적 고통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응우옌티탄씨도 한국 정부에 대해 "민간인 학살의 잘못을 인정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해달라"며 "이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스페이스99 전시장 인근 거리에서 베트남전쟁 관련 사진전 개최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4.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스페이스99 전시장 인근 거리에서 베트남전쟁 관련 사진전 개최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4.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편 같은 시각 고엽제전우회 회원 1000여명(경찰 추산 700여명)은 인터뷰 장소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조국의 월남참전 고엽제 환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베트콩을 민간인 희생자로 둔갑시켜 참전자들의 희생과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전시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빈안학살을 목격했다는 응우옌떤런이 15살 나이에 아버지, 형 등과 함께 베트콩으로 전쟁에 참전한 적군"이라며 "이를 양민으로 둔갑시켜 학살의 당사자인 것처럼 입국시킨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사를 기획한 평화박물관도 비판했다. 이들은 "평화박물관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불법 모금한 11억6300여만원을 사무처 운영비로 전용해 사기죄 및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돼 현재 수상 중인 불법 단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조계사와 평화박물관 인근에 6개 중대(45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으나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한편 '하나의 전쟁, 두개의 기억'은 7년여 간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베트남지역 한국군 주둔지를 중심으로 전쟁의 흔적, 현 주민의 삶과 증언 등을 기록한 이재갑 작가의 사진전이다.


당초 평화박물관은 이날부터 다음달 7일까지 한 달 동안 사진전을 열고 전시 개막행사로 이날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안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을 초청한 리셉션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월남전참전자회 등 베트남전 관련 단체들의 항의를 받은 조계종 측에서 지난 3일 대관을 취소해 개막일을 8일로 연기하고 리셉션을 만찬으로 변경했다.


평화박물관은 경찰에 베트남 방문단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yeoulim@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