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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리자 골수좌파는 어디로…긴축완화 수준 관건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5-02-21 09:00 송고
유로 화폐 사인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은행가로 분장한 그리스의 시민이 15일(현지시간) 아테네 의회 앞에서 긴축반대 정책을 펴는 새 정부를 지지하기 위해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리스는 수십년 동안 지속된 국내 경제 현안 해결을 겨냥한 국가적인 개혁안이 필요하다는 점에 유럽연합과 동의했다고 밝혔다. 유로존 국가들은 긴축정책 중단과 구제금융 재협상을 꾀하는 그리스의 극좌파 알렉시스 치프라스 신임총리를 상대로 힘겨운 협상을 하고 있다. © News1 이기창
유로 화폐 사인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은행가로 분장한 그리스의 시민이 15일(현지시간) 아테네 의회 앞에서 긴축반대 정책을 펴는 새 정부를 지지하기 위해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리스는 수십년 동안 지속된 국내 경제 현안 해결을 겨냥한 국가적인 개혁안이 필요하다는 점에 유럽연합과 동의했다고 밝혔다. 유로존 국가들은 긴축정책 중단과 구제금융 재협상을 꾀하는 그리스의 극좌파 알렉시스 치프라스 신임총리를 상대로 힘겨운 협상을 하고 있다. © News1 이기창

그리스 집권당 시리자가 안팎으로 기대와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안으로 그리스 국민들은 시리자가 지난 수년간 지속된 긴축을 조만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충만하다.
밖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시리자가 구제금융의 조건인 긴축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압박한다.

하지만 유로존이 긴축조건을 얼마나 완화해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구제금융 연장 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조정한 것으로 20일(현지시간) 전해졌지만 구제적인 연장 조건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리자를 이끄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이러한 안팎의 기대와 압박에 좌불안석이다.
모든 신경이 유로존과 줄다리기 협상에 몰렸지만 시리자의 강경파와 연정파트너의 움직임도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이다.

긴축 중단 혹은 완화가 당초 공약과 유사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그리스 국내 여론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시리자의 골수 좌파 의원들이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시리자를 이끄는 치프라스 총리가 밖에서 국제채권단과 신경전을 벌이는 동시에 안에서 괴팍한 골수 좌파들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자는 당명 자체가 급진좌파연합이다. 사회민주주의부터 자유주의적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50가지 그림자'처럼 다양한 당원들로 이뤄졌다.

다시 말해서 시리자는 상당히 이질적인 성격의 좌파들이 반(反)긴축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모여 만든 정당이다.

가혹한 긴축을 요구하는 기존의 구제금융을 폐기하겠다는 당초 공약이 즉각 이행되지 않는다면  일부 의원들은 탈당도 불사할 것이다.

시리자의 내부 갈등은 이미 포착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차기 대통령 후보를 지난 17일 공식 지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초 지명은 지난주로 예정됐으나 대통령 후보의 정치 성향을 놓고 내각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지명이 늦춰졌다.

선동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장관도 있다. 시리자에서도 골수 좌파로 알려진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 장관은 지난 15일 아테네뉴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소위 우리의 파트너들이 기존의 나쁜(sinful) 구제금융 연장을 계속 요구한다면 거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제멋대로 구는 동지 뿐 아니라 연정파트너 독립그리스인당 역시 골칫거리다. 독립그리스인당은 소수 우파의 국가주의 정당으로 본질적으로 구제금융을 반대한다.

특히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로 구성된 국제채권단 '트로이카'가 긴축안을 시험하기 위해 그리스를 실험대상인 기니피그로 이용해왔다고 힐난한다.

독립그리스인당의 대표인 파노스 카메노스 국방부 장관은 유럽 대륙을 넘어 러시아, 중국, 미국에도 손을 벌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시리자 골수좌파의 강경발언과 독립그리스인당의 돌출발언은 모두 치프라스 총리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테오도르 콜롬비스 정치분석가는 "치프라스 총리가 아주 힘든 줄다리기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덜어줄 완충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골수 좌파 의원들이 시리자에서 떠나더라도 잠재적인 대안 동맹은 가능하다.

중도성향의 친(親) 유럽적 신생정당 '토포타미'와 중도 좌파의 PASOK당은 의회에서 각각 17석, 13석을 갖고 있다.

시리자와 독립그리스인당 연정의 의원들이 정권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치프라스 총리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제 겨우 권력의 맛을 본 이들이 의원 자리 혹은 장관직을 내놓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콜롬비스 정치분석가는 "권력의 자리에 있는 것보다 안정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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