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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톡톡]④'장발장법'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라면 훔쳤다고 징역 3년6개월…70억원 횡령·배임은 징역 3년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5-02-17 17:13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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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취객의 지갑에 손을 댄 A씨 징역 3년, 영업이 끝난 분식집에서 현금 2만원과 라면 10개를 훔친 B씨 징역 3년6개월….

A씨와 B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5조 4항의 '상습절도죄'가 적용돼 이 같은 처벌을 받았다.
이들의 형량은 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청해진해운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에게 선고된 징역 3년보다 더 높다.

특가법상 상습절도죄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번 이상 특가법상 상습절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으면 5조 6항에 따라 법정형이 최소 6년으로 껑충 뛴다. 감경 요소를 최대한 인정하더라도 3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법을 빵 한 조각 훔치고 19년간 옥살이 한 장발장에 빗대 한국판 '장발장법'으로 부른다.
이 같은 '장발장법'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지난해 12월24일 "상습절도범에 특가법 대신 형법을 적용하라"는 지침을 일선청에 전달했다.

이는 똑같은 범죄에 대해 형법과 특가법이 형량만 다르게 규정하여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검의 지침에 따라 일선 검찰청은 특가법으로 기소된 사건을 형법의 상습절도로 죄명을 바꾸고 수사 중인 사건도 특가법 대신 형법을 적용하고 있다.

형법상 '상습절도'를 적용하면 지은 죄의 2분의 1만 가중되고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아도 6년 이상 징역이 아닌 '10년 이하의 징역'이 적용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사기관이 그동안 형법 대신 특가법을 적용해온 것은 특별법 우선원칙에 따른 것이다.

만약 A씨와 B씨의 범죄에 특가법 대신 형법이 적용됐다면 3년 이상의 징역이 아니라 10년 이하의 징역이 적용돼 이론적으로는 벌금형도 가능하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마약밀수와 화폐위조를 처벌하는 특가법이 내용은 형법과 같고 형량만 높여 놓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화폐위조를 처벌하는 특가법 10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특가법 10조는 통화위조죄를 범한 사람을 사형,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 등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고 형법 207조 1항은 통화를 위조한 사람에게 무기징역이나 2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특가법 조항은 형법 조항과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에 '사형'을 추가하고 하한형을 5년으로 올려 놓았다"며 "검사는 특가법 또는 형법 조항을 적용해 기소할 수도 있는데 어느 법률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마약밀수를 처벌하는 특가법 11조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마약법 58조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특가법 11조 1항은 마약류를 수입하다 적발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상습절도죄'를 벌하는 특가법 5조의 4항은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놓은 상태로 이 조항도 역시 위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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