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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중개수수료' 공인중개協-시민단체 갈등 깊어지나

공인중개協 "고정요율제 도입" vs 시민단체 "소비자 권익 침해"
전문가들 "고정요율 도입하면 수수료 올라…선택권 보장해야"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2015-02-17 06:30 송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부동산 중개수수료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자료사진) © News1 장수영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부동산 중개수수료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자료사진) © News1 장수영 기자

 

이른바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골자로 한 조례개정안이 각 시·도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띠면서 공인중개사협회와 시민단체 사이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수수료 상한선을 두지 않고 고정요율제로 바꾸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고정요율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시민모임·녹색소비자연대·한국YMCA전국연맹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협의체다.
 

두 단체의 갈등의 골은 공인중개사협회가 지난 11일 한 일간지 1면에 광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중개보수로 인한 소비자와의 갈등·분쟁은 없어져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 광고에서 한국소비자원의 자료를 인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가주택 및 주택 이외에 적용되는 협의규정을 고정요율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의 63.6%가 찬성했고 주택매매를 경험한 소비자 70.2%도 고정요율을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고정요율제를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매우 민감한 시기에 마치 소비자단체가 고정요율제에 찬성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문구를 광고에 삽입해 소비자를 오인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소비자와 중개사 간의 분쟁을 줄이려면 고정요율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수수료율에 상한선이 있는 경우 수수료를 정하기 위해 소비자와 공인중개사가 협상을 해야하기 때문에 분쟁의 여지가 많다"며 "중개사와 소비자 간의 갈등이나 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고정요율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정요율제를 도입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개수수료와 관련해 '명확성의 원칙'이 생긴다"며 "소비자 단체에서는 경쟁이 제한된다는 입장이지만 공인중개업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해진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공인중개사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있을 것이고 설령 가격경쟁이 없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경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고정요율로 채택하면 소비자가 무조건적으로 해당 구간의 최고요율을 중개보수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가 크게 개입하지 않는 전·월세 재계약을 할 때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 할인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정해진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협상력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부동산감시·국책사업팀장도 "부동산 중개료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인데 서비스의 경우 질과 양이 천차만별"이라며 "공인중개업자 입장에서도 자율성과 재량권을 없애는 것이라 공인중개업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안'에 따르면 주택 매매 거래 때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구간과 전·월세 거래 때 보증금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구간이 신설된다. 이 구간은 각각 0.5% 이하와 0.4% 이하의 요율이 적용된다.
 

현재는 6억원이 넘는 집을 사고 팔 때 0.9% 이하와 보증금 3억원 이상의 임대차 계약 때 0.8% 이하에서 중개사와 중개의뢰인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거래가 많은 3억~6억원 가격대에서 전·월세 수수료가 매매보다 훨씬 더 높은 역전 현상이 생겨 이를 바로 잡은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경기도의회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고정요율화하는 조례안을 마련했으나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의회는 다음달 10~19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조례안에 대해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의회는 지난 13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정부안을 따른 '반값 부동산 주택 수수료'관련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달 25일부터 임시회 일정을 시작하는 서울시의회는 이날 상임위원회를 열고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정안과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교수는 "고정요율제가 도입되면 소비자가 이전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낼지도 모른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 의회가 시민과 도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하는데 도리어 이익단체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고정요율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의 입법취지와 전혀 안 맞는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인중개사협회가 주장하는대로 고정요율제를 도입하더라도 정해진 금액보다 낮은 수준으로 협의할 여지가 있다면 굳이 고정요율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시·도 의회가 소비자의 중개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과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을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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