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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거리 내몰린 흡연자들…담배꽁초 투기에 도심 홍수 우려?

상인들 "담배꽁초 무단투기에 하수구 막혀 큰 비라도 내리면 하수구 역류로 홍수날까 걱정"
서울시 "드문 현상이어서 관리 쉽지않아"…금연구역 지정 관련 법, 꾸준히 발의 중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15-02-02 19:28 송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건물 앞 모습. 기존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웠던 해당 장소에는 금연구역 표지판이 서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 News1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건물 앞 모습. 기존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웠던 해당 장소에는 금연구역 표지판이 서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 News1

#. 서울 강남구 강남역 주변 골목에는 삼삼오오(三三五五) 모여서 흡연 하는 직장인들을 심심치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행하면서 실외로 나왔지만 밖은 구청에서 '금연거리'로 지정한 영향이다.

갈 곳을 잃은 흡연자들은 대형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이나 식당가 주변에 모여들 수밖에 없다. 금연을 하지 못하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는 직장인들의 모습도 안타깝지만 이를 지켜보는 주변 상인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흡연하고 난 뒤 담배꽁초는 대부분 상가 주변 하수구에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간 침수 사태를 겪어온 해당 지역 상인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만 있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근처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 중인 전 모씨(48)는 "점심시간 직후나 오후 4~5시경이되면 주변 직장인들이 단체로 나와서 흡연한 뒤 담배꽁초를 하수구에 버리고 간다"며 "역 주변에 흡연구역이 있지만 큰 길을 건너야 하는 만큼 상가 쪽으로 몰려오는 것 같다"고 2일 하소연했다.

전 씨는 "쓰레기통을 가져다 놓기도 했지만 담배 꽁초보다 많은 일반쓰레기(빈 캔, 일회용커피잔 등)가 버려지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며 "비가 오면 침수를 걱정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IFC몰 뒤편에 위치한 하수구. 주변 직장인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가득 차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 News1
서울 여의도 IFC몰 뒤편에 위치한 하수구. 주변 직장인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가득 차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 News1

사정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역시 마찬가지다. 직장인들이 집중돼 있는 이 지역은 대부분의 건물이 금연방침을 세웠다. 건물 밖에 위치해 있었던 실외 흡연구역들도 '창문으로 담배냄새가 들어온다'는 민원에 의해 거의 사라졌다. 상당수 거리들도 흡연금지 방침이 정해진 상태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4차선 이하의 좁은 도로가 붙어있는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흡연구역이 아니다보니 당연히 담배꽁초를 버릴 곳이 없다.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리거나 하수구에 투척하고 있다. 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들도 발걸음에 치여 하수구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일부 담배제조사들이 휴대용 재떨이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지만 이를 소지한 흡연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연정책 이전에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지만 본격적인 방침이 확산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대안 없이 금연정책을 시행한 결과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1차적으로는 흡연자의 양심에 의한 것이지만 2차적으로는 흡연장소 조차 마련하지 않고 금연정책을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체계적으로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최근 8명의 인력을 배치해 '금연관리팀'을 신설한 송파구 보건소와 거리에 흡연부스를 설치하기 시작한 광진구 정도가 전부다.

또 지난달 27일 남재경 의원은 서울시내 인도 전체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흡연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가운데 금연구역과 관련된 법은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여의도 한 증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흡연할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며 "근처에 위치한 타 증권사 지하 주차장으로가 가서 담배를 피우거나 길에서 흡연하는데 담배꽁초를 버릴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한 상가 골목에 위치한 하수구. 직장인들이 버린 담배꽁초로 가득 차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 News1
서울 강남구 한 상가 골목에 위치한 하수구. 직장인들이 버린 담배꽁초로 가득 차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 News1

흡연자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하수구마다 수북히 쌓이자 인근 상인들의 걱정도 날로 커져 가고 있다. 서울시에서 정기적으로 하수구 이물질 제거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우기가 시작되는 여름철 직전에 집중돼 있다. 게릴라성 폭우가 내릴 경우 하수구가 역류하면 도심 홍수 등 돌발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시에서도 해당 현상을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한 조치가 힘든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하수구를 관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담배꽁초로 인해 하수구가 막히는 현상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담배꽁초가 하수구에 쌓이고 있어 무단 투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오는 3월 오염물질제거 작업이 예정돼 있지만 담배꽁초로 인해 하수구가 막히는 일이 드물어 수시로 조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 무단투기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무턱대고 쓰레기통을 늘릴 수도 없다"며 "정기적으로 하수구를 청소하고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이 때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인들의 우려와 달리 담배꽁초 정도는 미처 없애지 못했더라도 수압에 의해 대부분 흘러들어간다"고 설명했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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