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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동폭행 사건'…어린이집 교사들 "전체 매도 억울"(종합)

과도한 업무·최저임금에 해당하는 박봉 등 열악한 노동조건 속 감정노동 토로

(서울=뉴스1) 사건팀 | 2015-01-16 23:05 송고
지난 15일 오후 어린이집에서 아동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양모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위해 인천 연수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 15일 오후 어린이집에서 아동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양모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위해 인천 연수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최근 김치를 안먹는다는 이유로 아동을 폭행한 인천 한 어린이집 교사 등 아동학대 교사들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으로 뜻하지 않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어린이집 교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3년째 교사로 활동 중인 A(27·여)씨는 "인천 어린이집 사건 이후 노심초사 하는 부모들이 늘었다"며 "최근 부모들의 인사는 '너네 어린이집은 안녕하니?'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전날에도 학 부모가 찾아와 '요즘 우리 애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데 폐쇄회로(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며 "내부 회의 끝에 보여드리긴 했지만 의심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장모(27·여)씨는 자신을 비롯한 다른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들이 이번 아동 폭행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장씨는 "나 역시 그 동영상을 보고 분개했다. 교사로서 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그 사람은 자격이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이 터진 이후로 직장에서 부담이 커졌다. 대놓고 '선생님은 그러시는 것 아니죠?'라고 묻는 엄마가 있는가하면 살짝만 흉터가 생겨도 어디서 다친거냐며 다그치는 분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제 막 어린이집 교사 1년차에 접어 든 박모(45·여)씨는 "이번 아동 폭행 사건으로 모든 어린이집 보육 교사를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의 교사 같은 사람은 극히 일부로, 열심히 일하는 교사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송모(53·여)원장은 "우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그랬느냐?'고 유도질문을 하면 분별력이 없어 '그렇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다"며 "이같은 대답을 듣고 어린이집에 찾아와 아이들 앞에서 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아동 폭행 논란에 휩싸인 어린이집을 폐쇄하는 것은 과한 징계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원장이 사람 관리를 잘못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어린이집 폐쇄까지 하는 건 심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사가 잘못했을 때 교사에 대한 징계를 주로 내리지 학교까지 폐쇄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추진 계획을 발표한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 아래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5.1.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추진 계획을 발표한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 아래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5.1.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과도한 업무와 박봉 등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박씨는 "사실상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하루 온 종일 아이와 함께 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며 "나이 어린 아기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의 요구사항 역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서류업무부터 청소, 아기 돌보기 등 온갖 업무를 도맡아 한다"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강서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30·여)씨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당직이 아닌데도 밤 11시에 퇴근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김씨는 "그렇다고 각종 업무 외 수당을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을 모르는 몇몇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작은 상처에도 '구청에 신고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우리의 책임을 회피 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100이라면 요구하는 것은 150이니 스트레스와 각종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A씨는 "아이를 돌보느라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어 만성 방광염을 앓는 교사도 있다"며 "병원도 일을 마치고 가야해 제때 치료받기 어렵고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보니 비용도 많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전직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김모(31·여)씨는 어린이집 교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 조건 중 하나로 '증빙서류 등 잡무'를 꼽았다.

    

김씨는 "아이들만 보는거면 아이들이랑 놀고 수업준비만 하면 되는데 증빙서류 준비 같은 잡무가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제도가 있어서 그에 맞는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보육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원아 서류의 경우 생활기록부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 가지 동의서도 많고 그 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많다"며 "가끔 교사들끼리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해 주지만 의견이 반영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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