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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화재 사상 최대참사… 4명 사망·99명 부상(종합5보)

"아파트 주차장 오토바이서 발화… 방화 가능성 등 조사"
인근 주민들 "대피하지 못해 뛰어내려…아비규환"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박대준 기자, 최대호 기자, 구교운 기자, 김일창 기자, 윤수희 기자 | 2015-01-10 19:54 송고 | 2015-01-10 20:59 최종수정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관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2015.1.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관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2015.1.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주말인 토요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내 한복판의 오피스텔에서 불이 나 인근 건물로 번지면서 의정부시 사상 최악의 대참사가 벌어졌다.

◇ 불이 난 건물은?

의정부시 의정부동 167-14번지에 위치한 대봉그린아파트는 명칭은 아파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원룸과 오피스텔을 겸하고 있는 공동주택이다.

원룸형 88세대, 오피스텔 4세대다. 지하 1층에 지상 10층의 1개동으로 이뤄졌으며, 건축면적 322㎡, 연면적 2537㎡규모다.

시는 2012년 10월11일 사용승인을 내렸다. 불길이 옮겨붙은 건물은 드림타운아파트, 숙박 및 근생시설, 다가구주택, 단독주택 2동으로 조사됐다.

드림타운아파트는 지하 1층에 지상 10층, 연면적 2518㎡ 규모로 2012년 9월28일 지어졌다.

숙박 및 근생시설은 지하 1층에 지상 5층, 다가구주택은 지상 3층, 단독주택은 지상 1층 규모로 2동의 아파트에 비해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

의정부시는 총 288여세대가 이번 화재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 화재 발생

이번 참사는 10일 오전 9시27분께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주차장 우편함쪽에서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경찰은 CCTV 확인 결과 4륜 오토바이에서 발화된 것으로 확인했다.

불은 삽시간에 10층 건물로 솟구쳤으며 곧 옆의 아파트로 옮겨붙어 대형참사를 유발했다.

소방당국은 11시44분께 불길을 잡았으며, 오후 6시50분 현재까지 내부 수색을 통해 총 103명의 사상자를 찾아냈다.

이중 4명은 숨졌고, 99명이 부상 당했으며, 10명이 중상인 상태다.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  2015.1.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  2015.1.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불길 왜 커졌나


불이 순식간에 번진 이유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데다 불이 난 아파트 건물 위로 헬기가 쉴새없이 날아다녀 그 바람에 커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김석원 의정부소방서장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모든 걸 감수하고 인명 구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피명령과 화재경보가 오작동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김 서장은 "3개 건물 모두 제대로 작동 및 조치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김 서장은 "스프링클러는 법적으로 오피스텔은 설치 제외"라면서 "불이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는 명칭과 달리 오피스텔이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러한 현행 소방법의 맹점을 노려 이 건물을 '아파트'라고 명칭만 붙이고, '오피스텔'로 허가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이격거리가 화재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복준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는 "바람의 영향도 있겠지만 불이 난 건물과 옆 건물은 불과 1~2m 떨어져 있어, 이 협소한 공간이 고깃집의 연통처럼 불을 위로 빨아올린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건물 외벽이 형편없이 타들어간 것으로 볼 때 마감처리가 제대로 안 된 건축물일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난 건물 앞 골목길은 주정차난이 극심해 대형소방차량이 진입하기 매우 까다로운 점도 한몫했다.

소방차량들은 40여분간 우왕좌왕하다가 불이 난 지 50분 만인 10시15분께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는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김 소방서장은 "초동 조치는 문제 없었다"고 목격자들의 지적을 부인했다.

너무 인접한 철길과 철길 방음벽도 불이 번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불이 난 건물은 전철1호선 지상철로와 불과 15m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건물 뒤편에 우뚝 서 있는 방음철벽이 불의 상승에 부채질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증명하듯 불길을 무시 못한 전철1호선은 한때 운행을 중단했다.

종합하면 건물과 건물 사이의 협소한 이격거리, 건물 뒤편 철로와 높은 방음벽이 3면에서 불길이 상승하도록 역할한 결과다.

또한 건물 정문과 맞닿은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발생해 출구가 막혀 피해자들은 막다른 궁지에 몰렸던 것이다.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소방 화재조사대원 및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화재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015.1.10/뉴스1 © News1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소방 화재조사대원 및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화재 현장에 진입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015.1.10/뉴스1 © News1

◇ 죽기 아니면 살기, 목숨 건 대탈출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데 구조가 늦어지자 주민들은 건물 배관을 타고 내려오는 등 목숨을 건 생존 도전으로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사고 당시의 현장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9층에 거주하던 부부 신모(32)씨와 김모(39·여)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앞이 안보일 정도로 연기가 가득해 어떻게 할 수 없었다"며 "사람들이 엘리베이터가 멈춰 비상계단으로만 몰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상계단으로 내려가자 사람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며 "휩쓸려 올라가다 얼떨결에 8층으로 빠졌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평소 알고지내던 7층 거주자 김모(32·여)씨와 함께 한 원룸 화장실로 들어갔다. 물도 나오지 않아 허둥지둥 하던 세 사람은 변기 화장실 물을 발견하고 수건을 적셔 코와 입을 막았다.

구조를 수 차례 요청했지만 소방대원은 보이지 않았다. 20여분이 흘러 도착한 두 명의 소방대원은 각각 한 명씩만 구조할 수 있다고 해 신씨를 제외한 신씨 아내와 김씨를 먼저 구조했다.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생명의 위협을 느낀 신씨는 배관을 타고 내려와 가까스로 큰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

신씨는 "8층이라 아찔했지만 살겠다는 생각에 일단 배관을 잡았다"며 "그때 마신 연기로 지금도 계속 가래가 끓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신씨는 "평소 이 아파트형 원룸에서 장난식 화재경보가 자주 울렸다"며 "아마 화재경보가 울렸어도 사람들이 장난으로 알고 대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찰 발화 오토바이 소유주 조사

경찰이 10일 발생한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원인을 1층 주차장에 세워진 오토바이로 보고 소유주인 50대 남성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CCTV 확인결과 이 아파트 거주민인 A씨는 이날 오전 9시20분께 오토바이를 화재발생 지점에 주차하고 자리를 뜬 직후 오토바이에서 불이 난 장면이 찍혔다.

특히 A씨가 오토바이 앞부분은 1분여간 만진 뒤 위층으로 올라가고 이어 불이 나는 장면을 포착했다.

A씨는 이날 화재로 부상을 입고 의정부의 한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경찰은 오토바이 소유주가 심리적 안정을 찾으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경기도 의정부 의정부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0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10일 오후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로 보호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2015.1.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기도 의정부 의정부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0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10일 오후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로 보호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2015.1.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젊은 소방관, 경찰관의 살신성인

화염이 번지는 긴박한 순간, 몸을 아끼지 않고 불길에 뛰어들어 주민들을 구해낸 젊은 공직자들의 활약이 빛났다.

의정부소방서 송산119안전센터 소속 진옥진(34) 소방사,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소속 이재정(34) 순경, 의정부경찰서 10기동대 2제대 임성규(26) 순경이 그 주인공이다.

진 소방사는 이날 오전 9시27분께 이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나 10층까지 검은 연기가 뒤덮은 아찔한 순간, 비번으로 자택인 이 아파트에서 휴식 중이었다.

8층에 거주하는 진 소방사는 아래층으로의 대피가 어렵게 되자 짧은 순간 동분서주, 13명의 주민을 아파트 1동 옥상으로 침착하게 대피시켰다.

연기가 옥상까지 계속 밀려오자 판자를 활용해 막고 옆 건물로 다시 피신시켰다. 목숨을 걸고 지킨 주민들은 이후 전원 구조됐다.

진 소방사는 연기에 질식돼 현재 서울 노원구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 소방사는 지난해 5월26일 임용돼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한편 젊은 경찰들도 잇따라 활약했다.

이 순경은 화염을 보고 구조를 위해 건물에 진입해 주민 대피를 독려한 뒤 연기 질식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렸다. 이로 인해 이 순경은 왼팔이 부러지고, 오른쪽 눈이 일시적인 실명 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이 순경은 서울 상계백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이 순경은 2011년 5월27일 임용됐다.

임 순경 또한 구조를 위해 건물로 뛰어들었다. 7층에서 연기로 인해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하자 소방관이 구출해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이송했다. 임 순경은 2014년 8월8일 경찰관으로 배명 받고 사흘 뒤 현재 자리로 배치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로 황급히 집을 나온 주민들을 위해 인근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2015.1.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짜리 아파트 화재로 황급히 집을 나온 주민들을 위해 인근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2015.1.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경의초교 강당 주민대피소 마련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현장에 도착해 소방서장과 함께 브리핑에 참가했다.

안 시장은 "신년 벽두부터 의정부시에 비통한 참사가 일어나 마음 아프다"며 "피해자들의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시장은 현장 인근 경의초등학교 강당을 주민들의 임시대피소로 마련하고 지원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였다.

안 시장과 함께 홍문종, 김민철 등 지역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함께해 지원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또 남경필 지사, 김희겸 부지사 등 경기도의 리더들도 상황 발생시부터 현장을 지휘하며 힘을 보탰다.

시는 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구호물품, 모포, 생수 등을 지원했으며 야간에는 인근 모텔에서 숙식케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80여명의 이재민이 대피소로 속속들이 몰려들자 취재기자들도 이곳으로 집중, 당국은 현재 경의초교에서 재난상황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거점장소로 정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 의료기관 이송 현황(소방 및 경찰 통계)

▲인명피해 총 104명, 사망 4명, 중태 10명, 부상 99명

▲총 103명 입원, 13개 의료기관(병원명, 환자수)
△고대안암병원 2
△구로성심병원 1
△의정부백병원 17
△베스트병원 2
△베스티안병원 1
△상계백병원 10
△의정부성모병원 29
△성빈센트병원 1
△원주기독병원 1
△을지병원 4
△의정부의료원 13
△의정부 추병원 20
△한강성심병원 2


daidal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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