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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금연 전쟁' vs '흡연 꼼수', 당신은?

(서울=뉴스1)산업부 | 2015-01-02 18:45 송고 | 2015-01-03 19:38 최종수정
담뱃값이 대폭 오르면서 흡연을 멀리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담배제조사들은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 = 뉴스1DB © News1 2015.01.02/뉴스1 © News1 장도민 기자
담뱃값이 대폭 오르면서 흡연을 멀리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담배제조사들은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 = 뉴스1DB © News1 2015.01.02/뉴스1 © News1 장도민 기자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라인 인근의 편의점. 한편엔 담뱃갑이 나란히 줄을 지어 놓여 있다. 담뱃갑마다 이름이 적혀 있고 라이터도 구비돼 있다. 이른바 '키핑 담배'다. 술집에 양주를 맡겨 놓고 다시 찾아 마시듯 담배를 키핑해 뒀다 피운다.
삼성전자는 기흥 사업장을 비롯해 2011년부터 전국 모든 사업장 영내를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회사 안에 들어가면 담배를 피울수도 꺼낼 수도 없다. 회사를 출입하면서 라이터는 자발적으로 맡겨야 한다. 흡연자들의 꼼수가 발동했다. 인근 편의점에 담배와 라이터를 맡겨 놓고 잠시 외출해 담배를 피우고 들어간다. 

기업들의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생겨난 진풍경이다. 기업들은 해마다 강도 높은 금연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직원들의 건강과 업무 효율을 위한 조치다. 기업들의 보험료 지출을 줄이겠다는 중장기적인 목적도 있다. 더욱이 올해는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껑충 뛰면서 금연열풍도 불기 시작했다. 더불어 흡연자들의 각종 꼼수 흡연 백태도 생겼다. 각 기업들의 금연 열풍과 흡연자들의 비애를 살펴본다. 

◇전구역 금연..카페에서 골목으로 다시 길로

기업마다 금역 구역 확대는 '유행 아닌 유행'이다. 많은 기업들이 '건물내 금연' 방침을 시행하고 있고 사업장 구역 전체를 금연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삼성그룹은 2011년부터 전국 모든 사업장을 금연 지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의 본사 사옥은 사옥내 금연을 하되 1층 유휴공간 일부에 흡연 구역을 뒀다. 나무와 벤치로 가려진 이곳은 큰 길에선 보이지 않는다. 3개 동으로 이뤄진 서초사옥 중간부에 마련된 흡연 공간은 점심시간이면 발디딜 틈이 없다.
지난해까지는 인근 카페의 흡연석이 만석이었다. 점심 시간이면 흡연석을 두고 빙 둘러 담배를 피운다. 앉아 있으려면 눈치까지 보인다. 신년 들어 카페의 흡역 공간이 모두 사라지면서 애연가들은 골목으로 피신을 다닌다. 가뜩이나 추운데 골목에서 부는 찬바람을 견디며 담배를 문다. 곧바로 건물관리인이 내려와 호통을 치면 골목길을 피해 걸어 다니며 몰래 담배를 피운다.

대부분 기업들은 본사 사옥을 비롯해 사업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포스코는 제철소도 1년 내내 금연 장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철소 현장도 예상외로 깨끗하다. 담배는 철저히 제한된 공간에서만 피울 수 있다. 이마저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외부인이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은 손님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특성상 담배냄새에 민감하다. 실내에선 당연히 금연이기 때문에 흡연자들은 죄인처럼 인근 골목을 찾아다니며 흡연을 한다. 패션업체 모 차장은 "건물 주변에 서서 담배를 피웠더니 건물 관리인이 제재를 하고 옆 건물도 마찬가지다"며 "점점 도로 변으로 나오게 돼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사람들한테 피해주지 않으려고 건물 가장자리 구석에서 피웠는데 다시 길을 걸어다니며 피우게 되니 사람들에게 더 피해를 준다"며 "흡연할 권리도 있는데 흡연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세금도 많이 물게 됐다"고 말했다. 

◇담뱃값 2000원 인상..담배사러 해외여행 가야겠네

올해 담뱃값 2000원 인상은 흡연자들에겐 '청천벽력'이었다.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금연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흡연 마니아들은 어떻게 하면 싸게 구할지를 연구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면세점. 면세점은 아직까지 보루당 18달러, 약 2만원이 안되는 값에 담배를 살 수 있다. 갑당 2000원꼴이니 4500원짜리에 비하면 절반도 안된다. 

패션업체 모 차장은 "2주 전에 해외 출장을 갈 일이 있어 면세점을 찾았고 동행했던 지인 두 명에게 부탁해 3보루를 사 쟁여놨다"며 "담뱃값이 오르기 전에 편의점에서 매일 최대한으로 사모아 비축해 뒀고 이것만 다 피우면 담배를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직원 김모씨(34)는 "많은 손님이 두 갑을 사려다 1만 원에 육박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에휴'하는 한숨과 함께 한갑만 사간다"고 말했다. 담배 한갑을 사고 나온 한 남자는 "가뜩이나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담뱃값까지 올라서 죽겠다"며 "이제 '담배 한 개비만...'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할 것 같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현대차 양재사옥은 담뱃값이 오르기 직전인 12월 31일 매점에서 1인당 1보루씩 담배를 팔았다. 현대차는 양재사옥 뒤편에 흡연 공간을 두고 있는데 마지막 1보루가 소진되기 전까진 흡연자들이 북적일 전망이다. 현대차 내부에선 "휘발유 값이 그만큼 떨어졌으니 담뱃값 인상은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담배 사러 편의점 행군.."차라리 센 담배 피우자"

미국 서부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던 말보로 레드는 독한 담배의 대명사다. 한때 니코틴 1mm, 타르 10mm였으나 국내에선 타르 10mm 이상 담배의 판매가 금지되면서 타르 8mm로 순해졌다. 시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국산 담배는 니코틴 0.1mm, 혹은 0.05mm에 타르는 1mm 수준까지 떨어졌다. 말보로 레드는 국산 담배 8개비를 피우는 수준의 니코틴과 타르를 함유하고 있다. 말보로 레드를 피우면 목이 따끔대고 머리가 띵해지는 흡연 초기 경험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담뱃값이 뛰면서 순한 담배에서 센 담배로 회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어차피 피울 바엔 센 담배를 피워 한꺼번에 니코틴을 충전하자는 주의다. 한 편의점 직원은 "고객이 거의 없던 말보로 시리즈가 다시 팔리고 있다"며 "센 맛 때문에 안 팔렸던 담배 시리즈가 잘 팔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담배 대신 전자담배로 전환한 이들도 많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성분만 빼내 향신료등을 결합한 액체를 전자담배 기기 속에서 훈증해 흡입하는 원리다. 냄새도 거의 나지 않고 니코틴 외에 유해 물질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흡연자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기의 가격이나 충전액의 가격에 따라 어느 게 더 경제적인지 논란은 있지만 편리함이 흡연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흡연자는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금연을 결심하긴 하지만 자발적이지 않고 강제적으로 한다는 느낌에 기분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금연 클리닉..담배 끊으면 상금까지

기업들은 저마다 금연 클리닉 등 다양한 금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담배가 자유롭던 1986년부터 금연 운동을 벌이며 금호건강복지기금을 조성해왔다. 

금연 프로그램의 최근 트렌드는 금연을 강제하는 것에서 탈피해 맞춤형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찾아가는 금연 클리닉을 운영한다. 금연을 하고 싶지만 바빠서 또는 직접 금연클리닉에 방문하기 어려운 임직원들에게 사내 간호사가 찾아가 금연상담을 하고 방법을 일러준다. 금연껌 패치 등의 처방도 덧붙인다. 

금연이 성공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거나 상품을 주는 경우도 있다. 유통업체나 금융권에선 매칭펀드를 통해 금연에 성공하면 현금을 지원한다. 재계 관계자는 "건강은 물론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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