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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루블 폭락·제재 '위기의 러 경제'…푸틴의 돌파구는?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4-12-04 17:25 송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News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News1
러시아 경제가 유가 급락과 서방 경제제재, 루블화 약세 등의 악재로 그로기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2000년대 원유 수출을 발판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해 명성을 쌓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암울한 경기 전망은 정권 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굽힐 줄 모르는 그의 성격상 요인을 미국 주도의 음모론적 외부 환경으로 돌리며 양진영간 대립은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러시아 루블화는 3일(현지시간) 서비스 지표 부진 소식에 미 달러 대비 5거래일 연속 평가절하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에 나섰다는 소문이 들이면서 하락세는 멈췄지만 6거래일 동안에 가치가 16% 하락했다.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모스크바 소재 BCS 파이낸셜 그룹은 중앙은행이 환율방어를 위해 6억~10억달러어치의 달러를 매도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앞서 중앙은행은 약 한달 전에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일에 7억달러어치의 달러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날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장중 54.909루블까지 치솟았다가 중앙은행의 시장개입 소문에 소폭 하락한 52루블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16bp(bp=0.01%) 상승한 10.97%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최고치이다.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5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지난 3월 이후 30% 이상 평가절하됐다. 이는 주요 선진국 중 최대폭이다.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기업과 인사들에 대해 서방 채권 시장 진입을 막도록 하는 등의 잇딴 경제 제재를 내놓았다. 이로 인해 러시아 내에선 달러가 귀하게 됐다.
국제유가 하락은 러시아의 상황을 코너로 더욱 몰아넣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이다. 브렌트유가 지난 6월 연고점에서 39% 하락하면서 원유와 가스산업에서 비롯되는 정부 수입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값은 배럴당 0.62달러(0.88%) 하락한 69.92달러를 기록했다.

루블/달러 환율 추이(루블)와 러시아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 News1
루블/달러 환율 추이(루블)와 러시아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 News1

경기 전망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전일 러시아 재무부는 내년 경제는 마이너스(-) 0.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5년래 첫 역성장. 러시아는 당초 1.2% 성장을 전망했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은 제로(0)가 예상된다. 올 들어 역외 자금유출액은 거의 1300억달러에 달한다.

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수출품인 원유는 1999년 배럴당 16달러에서 2008년 140달러로 뛰면서 러시아 경제는 번영을 누려왔다. 유가 급락으로 경제가 기댈 큰 언덕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앤더스 애슬런드는 CNBC에 "'안정'이라는 신화는 이제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푸틴의 권력 장악력은 전혀 약화되지 않았다. 푸틴은 오랜 기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제 치적을 내세웠지만 현재는 서구 열강에 의해 러시아가 격었던 부정한 역사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것이 먹혀들고 있다고 러시아 독립 뉴스 매체 '슬론(Slon)'의 편집인 알렉산더 바우노프는 말했다.

대다수 러시아 국민들이 경제 상황을 크게 우려하지 않고 글로벌 무대에서 러시아의 역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푸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푸틴의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민간 싱크탱크 레바다센터의 연구원 데니스 볼코프는 경기침체의 원인을 정부에서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신의 비난의 화살을 서방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서방의 관점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일례로, 서방이 왜 제재를 부과했는지조차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다센터가 지난주에 펴낸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 중 절반은 제재에 인해 겪고 있는 어려운 점은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31%는 문제는 있지만 무척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레바다센터가 한달 전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86%가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레바다센터의 부대표 알렉세이 그라즈단킨은 "러시아 국민들은 자신들이 고통을 받고 있음을 느끼거나 인지하는 것이 애국심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외부 압박에 저항하고 제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가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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