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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진 원점 선언, ‘6월의 핵심’들이 흔들린다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11-22 01:25 송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월 취임 일성으로 “나는 외국에서 온 사람이다. 어떠한 선입견도 없다. 기존에 대표팀에 있던 선수든 새로운 인물이든 기회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한국축구를 바꿀 수 있다”면서 “어떤 지도자든 새롭게 부임하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점에서 출발해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그로부터 약 두 달여가 지났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흐름은 슈틸리케의 ‘원점 선언’이 지켜지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핵심 역할을 소화했던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이던 중동 2연전(14일 요르단, 18일 이란)을 마치고 지난 20일 귀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더 이상 새로운 인물의 발탁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10월과 11월에 걸친 두 번의 소집과 네 번의 평가전을 통해 실험했던 27~28명의 인원 중 3~4명을 제외해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볼 사람들은 다 보았다는 뜻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브라질 월드컵 주축들도 자리를 보장할 수 없게 됐다. © News1 DB
슈틸리케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브라질 월드컵 주축들도 자리를 보장할 수 없게 됐다. © News1 DB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으나 정황 상으로는 이전 대표팀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질 공산이 크다. 기존의 주축들이 주춤한 사이 도전자들이 급성장했다. 가까운 비교 대상은 역시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 멤버다.

중원의 핵심 조타수 기성용과 부동의 좌우 날개 이청용-손흥민 정도를 제외하면 브라질 월드컵 베스트 멤버 다수가 위기에 빠졌다. 호주행 티켓을 장담할 수 없고 본선에 나간다 해도 주전을 보장 받기도 힘들다. 상황이 딴판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처음으로 불러서 눈으로 확인했던 박주영, 구자철, 윤석영을 향해 “세 선수 모두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은 기간 소속 팀에서 감각을 끌어올려야한다”면서 “그래서 경기력이 향상된다면, 아마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결국 아직 기회의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박주영이나 구자철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자체만으로도 낯선 상황이다.

박주영과 구자철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에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핵심 중의 핵심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그들의 비중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만에 달라졌다. 박주영은 중동 2연전에서 꽤 많은 시간을 부여받았으나 좀처럼 활약상을 볼 수 없었다. 차라리 박주영은 낫다. 구자철은 이대로는 힘들다는 혹평들이 많았다. 비단 박주영과 구자철 뿐이 아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후방을 책임진 이들이 모조리 흔들리고 있다. 센터백 듀오 김영권과 홍정호 조합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베테랑 곽태휘와 팔방미인 장현수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왼쪽 풀백 윤석영은 아직 대표팀에서의 부담을 떨치지 못한 모양새고 오른쪽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이용 대신 베테랑 차두리가 자리를 꿰찼다. 정성룡과 김승규가 나눠 맡았던 수문장 자리에는 김진현이라는 크고도 빠른 인물이 가세했다. 브라질에서 한국영이 담당했던 ‘기성용 파트너’ 자리에는 박주호가 전진 배치되는 실험이 호평을 받았다.

요컨대 지난 6월과는 사뭇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치열한 내부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누가 주전에 근접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손에 꼽을 정도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어쩌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베스트 멤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의 과정만으로도 고무적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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