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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관급공사 공사비 지급해라"…공사대금 청구 소송만 22건

소송금액 2300억원, 전년 상반기比 4배↑,
발주처 갑질에 적극 대응, 소송전(戰) 확대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4-11-20 07:00 송고
그래픽=류수정 디자이너© News1
그래픽=류수정 디자이너© News1

#하천 방수로 공사를 진행하던 건설업체 C사는 최근 발주처를 상대로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기가 4년 동안 지연되면서 장비 임대비, 현장사무소 운영비 등 간접비가 늘어났지만 발주처가 이에 대한 지급을 거부해서다. 발주처는 특약에 명시된 휴지기간이 180일(통상 60일)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발생한 간접비는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건설기업들이 추가 공사비나 간접비 지급을 거부하는 발주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증가했다. 저가로 발주된 관급공사에 참여하며 적잖은 손실을 입었던 건설기업들 사이에서 발주처 횡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20일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6개 건설기업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들 업체가 발주처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주요 소송은 22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건에 비해 소송건수가 2배 늘어난 것으로 4대강,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담합과 관련된 송사는 모두 제외했다.

건설기업들이 발주처를 상대로 제기한 송사는 주로 공사대금 반환을 요구한 소송들이다. 설계변경이나 돌관작업(공기 단축을 위한 추가작업)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법원의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발주처의 부당한 요구로 적게는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주처 갑질에 '발끈'…업계 "공사비라도 받자"
소송을 사건별로 살펴보면 발주처들이 증액된 공사비를 시공사에게 지급하지 않는 방식도 다양했다. 설계변경과 돌관작업에 따른 추가비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은 물론 기형적인 발주방식을 통해 공사비에 대한 부담을 시공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시공능력평가 순위 5위 안에 포함된 A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발전소 공사를 수주한 이 회사는 발주처가 실시 설계서를 제공하지 않고 입찰을 진행해 실제 공사비가 700억원 이상 증액됐다며 이에 대한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저가낙찰제 방식의 관급공사는 보통 발주처가 실시 설계서를 제공하고 이를 근거로 시공사가 가격을 제시해 입찰이 진행된다. 하지만 해당 공사를 발주한 기관은 설계도 없이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를 맡은 A사는 유사 발전소 도면을 참고해 공사비를 책정했다.

A사 담당 변호사는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실시설계가 나왔는데 이를 근거로 공사비를 산정해보니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700억원 이상을 더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발주처는 참고 도면을 제공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인데 이는 명백한 횡포라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설계변경에 대한 책임이 발주처에게 있는데도 추가 공사비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군 부대 기지를 짓던 한 대형 건설업체는 발주처인 해군의 요청으로 공사가 멈추는 휴지기간에도 장비와 인력을 그대로 대기시켰지만 이에 대한 간접비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에서 체육공원 건립을 맡았던 S사는 민원인의 요구로 설계변경이 이뤄졌지만 시가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공사비 관련 송사 증가…어려운 업계 현실 반영

건설업체들이 제기한 소송의 또 다른 특징은 서울시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형 발주처를 상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과거 지방 자치단체에 국한됐던 소송 대상이 슈퍼갑으로 불리는 대형 발주처까지 확대된 것은 적자 공사로 손실이 쌓인 건설업체들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

건설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기지연으로 인건비나 장비 임대료 등 간접비가 증가해도 발주처와의 관계를 감안해 건설업체가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당장 적자폭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형 발주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체와 공공 발주기관 사이의 법적 분쟁이 늘어나면서 공사대금 청구와 관련된 소송금액도 크게 증가했다. 6개 건설기업이 올해 진행하고 있는 공사대금 반환과 관련된 소송금액은 총 230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상반기 651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 저가로 발주되는 관급공사와 관련된 손실을 줄이고 발주처 갑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20억원 이하 송사까지 더하면 소송 건수와 금액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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