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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67%가 중국 40%로...농산물 FTA 추진동력 사실상 상실

한중 FTA서 초민감·민감 60% 차지…미국 등 10~40%

(세종=뉴스1) 곽선미 기자 | 2014-11-11 20:58 송고 | 2014-11-11 21:02 최종수정
2014.11.11/뉴스1 © News1
2014.11.11/뉴스1 © News1

 한·미 FTA 67.4%, 한·EU FTA 65.3%, 한·호주 FTA 49.4%, 한·캐나다 FTA 60.5%, 한·FTA 40%...

주요국과 FTA(자유무역협정)에서 우리나라 수입액기준으로 발효후 5년래 수입관세를 없애주기로 한 농산물 비중(중국엔 수산물 포함)이다. 사실상 농민들의 저항속에 농산물이 FTA에서 빠지는 분위기가 역력히 드러난다. 

특히 한·중 FTA에서는 중국측의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가 워낙 강력해 농산물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이득이 큰 공산품 분야에서도 많은 양보가 이뤄졌다. 한·미 FTA 때만 해도 미국이 즉시/5년내/10년내 관세를 없애주기로 한 상품은 수입액기준으로 섬유와 농산물을 빼고 69.7%/96.9%/100%다. 그러나 한·중 FTA에서는 상품분야에서 즉시 관세를 철폐키로 한 품목은 수입액기준 52%이고 10년래는 77%에 그친다.

한·중 FTA 내용면에서 자동차와 부품은 양허대상에서 빠졌다. LCD패널와 냉장고, 에어컨도 10년래 관세가 철폐되도록 속도가 늦어졌고 스키케어 화장품도 관세 부분 감축에 그쳤다. 

한·EU FTA에서 EU의 공산품 양허는 수입액기준 5년래 관세가 모두 없어지게 돼 있다. 농산물 양허 정도가 낮은 호주와 FTA에서도  공산품은 5년래 97.8%, 10년이내 99.9%가 관세가 없어지도록 협상이 됐다. 
한·중 FTA가 농산물을 지키느라 우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같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 시한에 쫓기며 입장차가 큰 분야는 빠져버린 모양새다. 이에 따라 비록 현지생산이 많기는 하지만 자동차 등을 국내에서 완성품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할 기회는 열리지 못했다.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투자가 이뤄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은 우리 먹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여서 구미국과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농산물은 FTA에서 추진동력이 빠져 후속으로 있을 FTA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산물 보호를 위해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을 못얻었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한중 FTA 초민감·민감 63%…한미 12% 불과


이번 한중 FTA가 낮은 수준의 개방임은 곳곳서 나타난다.  그간 있었던 FTA 주요 농산물 양허안을 보면 농산물의 경우 미국에서 EU로, 호주, 캐나다, 중국으로 갈수록 개방에서 빠지는 것을 의미하는 '양허제외' 항목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위 표 붉은 글씨 참조)  특히 우리의 기본 주식 쌀은 처음부터 양허대상에서 제외되는 일관성을 갖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한중 FTA 합의 의사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농산물 1611개중 초민감품목 581개(36.1%), 민감품목 441개(27.4%), 일반품목 589(36.6%)개로 중국과 합의했다.

여기서 일반품목은 즉시 관세를 철폐하거나 10년 내 철폐하는 품목을 의미한다. 민감품목은 15~20년내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이며 초민감품목은 양허제외나 저율관세할당(TRQ), 관세 부분감축 등을 실시하는 품목을 뜻한다.

한중 FTA에서 초민감품목과 민감품목의 비중은 미국 등 앞서 FTA를 체결한 국가와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중 FTA의 민감품목, 초민감품목의 비중은 63.5%(1022개)인 반면 미국은 12.2%, EU는 18.5%, 호주는 38.5% 등이었다. 다른 국가보다 중국에 대해 시장 개방폭을 훨씬 낮춘 셈이다.

현행 관세를 유지하는 '양허제외' 품목도 이전 FTA에 비해 많다. 

이번에는 농산물 초민감품목 581개중 94.3%를 차지하는 548개가 모두 양허제외에 포함됐다. 초민감품목 중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그 이후부터는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은 7개(1.2%), 관세철폐와 달리 관세 일부만 내리는 관세감축도 26개(4.5%)로 정리됐다.

그러나 기존 FTA에서 양허제외는 미국 1.0%(16개), EU 2.8%(41개), 호주 10.5%(158개), 캐나다 14.1%(211개)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협상에서 쌀은 '협정 대상서 제외'키로 한 부분이다. 협정 대상 제외는 현행 관세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양허제외와 같은 효력을 지니지만 FTA 논의에서 아예 빠진다는 측면에서 상징성은 더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을 협정 대상서 제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한미 FTA에서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며 "한호주, 한캐나다 등은 양허제외 품목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10일 양허제외 품목이 대거 늘어난 데 대해 "국내 주력 생산품인 고추, 마늘, 양파 등 양념류와 민감품목인 쇠고기·돼지고기를 양허제외에 대부분 포함시켜 국산 농산물을 최대한 보호하려 했다"며 "농산물 보호에 역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중국, 근거리·생산품 중첩…자유화율 낮아져

한중 FTA에서 농산물 부분의 개방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것과 관련, 정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 개방수준이 높을 경우 파장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은 신선식품도 하루면 국내 유입이 가능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근거리에 있고 생산품목도 중첩되는 게 많다"며 "보호해야 할 국내 농산물의 품목이 다른 나라보다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자유화율은 낮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고추, 마늘, 양파 등 양념류의 경우 현재 관세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중국산 수입이 큰 폭으로 늘고 있어 양허제외 등의 조치를 취해 시장 보호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이나 EU는 고추 등의 양념류를 개방해도 국내에 직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아 15년 이내 관세를 철폐토록 하는 등 시장을 개방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력 생산되는 농산물 품목이 다른 것도 중국과 다른 국가들간 개방 수준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한중 FTA의 경우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델리티 협상(7차)을 추진해 협상의 틀을 만들었고 당시 한중은 상품분야에서 품목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를 자유화(관세철폐)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런 틀이 마련돼 있다보니 높은 수준의 FTA를 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g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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