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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태풍 엄습…"한은 기준금리 더 내려야" 주장 대두

돈 더붓는 일본과 달리 미국은 금리인상 기류...한국은행 금리정책 딜레마 커져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2014-11-03 16:44 송고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31일 일본은행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자산매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014.11.03/뉴스1 © News1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31일 일본은행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자산매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2014.11.03/뉴스1 © News1

돈붓기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려는 조짐마저 있는 미국, 그 틈을 비집고 돈을 더 붓는 일본...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일본은행(BOJ)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뒤  '엔저' 태풍이 덮치면서 선제적 대응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긴축무드로 옮겨갈 경우 자본유출과 환율 급등이 뒤따를 수 있어 일본 한쪽만 보고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3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7.5원 오른 1076원에 장을 출발했다가 상승폭을 좁혀 4.1원 오른 1072.6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지난달 31일 하루새 13원 오른 1068.5원에 장을 마감한 이후에도 2영업일 연속 급상승세를 탔다.

BOJ의 대규모 양적완화 확대 발표로 엔달러 환율 역시 급등세를 이어갔다. BOJ는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발표한 날 경기부양을 위한 자산매입 규모를 80조엔으로 확대하는 추가 양적완화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엔달러 환율이 110.57엔을 돌파하는 등 일본 엔화는 하루새 1% 가량 약세를 보이며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일 역시 엔달러 환율은 112.8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엔달러 환율의 상승이 더 급속히 이뤄지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5원까지 떨어져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엔환율은 10월 중순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이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원화가 엔화와 동조화해서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달러 강세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화 약세를 따라잡지는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원엔환율 900원, 수출 8.8% 하락…금리인하 '고개'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들은 엔화약세 기조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엔화 유동성이 증가하고 일본 공적연금(GPIF)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저리 엔화를 바탕으로 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다.

노무라 등 글로벌 IB는 "올 연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115엔까지 충분히 상승할 수 있다 고 내다봤다. JP모건체이스는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 12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BNP파리바는 향후 12개월 내 121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엔원 환율에 예민하다"며 "엔원 환율이 원달러 환율 대비 약하다 보니 방어하기 위해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손 연구원은 "지금은 엔원 환율에 대한 방어를 위해 당국도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고 있고 방향성이 있는 투기세력까지 움직이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원화 약세로 갈 만한 요인은 크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경상흑자 및 재정안정성 등 달러대비 취약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고엔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10.15/뉴스1 © News1
2014.10.15/뉴스1 © News1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이같은 추세로 지속될 경우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9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까지 내려가면 자동차·기계·철강 등 산업의 수익성 악화로 국내 총수출이 8.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엔저로 인한 수출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원화 약세를 이끌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는 "금리인하 여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자본유출의 가능성은 있지만 자본시장은 환율이 어떻게 되느냐, 수입 예상이라던가 이런게 다양하게 작용을 하는데 (미국 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 거시적으로 시간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신 본부장은 "일본 양적완화 때문에 원엔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며 "환율, 수출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좀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금리 정상화 대비해야…"추가 금리인하, 효과 미미"

반면 돈붓기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려는 조짐이 있는 미국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못내리게하는 껄끄러운 존재다.  전문가들은 내년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올해 8월과 10월 두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사상최저 수준인 2.0%까지 끌어내렸다. 한은은 금융위기 직후 금리를 2.0% 떨어뜨린 이후 단 한번도 그 이하로 인하한 바 없다. 사실상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소 2.0%에서 사수하려고 하는 것은 급속한 자금유출과 환율 급등 우려 때문이다. 특히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로서 외자에 의존하고 있는 특성상 미국 등 주요국과 금리가 같거나 그 밑으로 내려갈 경우 우리나라에 유입된 자금이 비교적 리스크가 낮은 다른 안전자산 통화로 이동할 수 있다. 최근 1개월동안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2조원 가량 팔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까지 일본 기업이 공격적으로 가격인하를 했다고 할 수 없다"며 "엔제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일본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린다면 엔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엔저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던 문제"라며 "(엔저에 대비해)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금리 인상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직전이라고 하지만 선진국 대열에 들지 않은 만큼 자금유출도 고려해야 한다"며 "올해 두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지금 (기준금리) 수준을 바닥으로 보고 있는데 또 다시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은정 연구원 역시 "우리나라는 일본 만큼 양적완화에 나설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일본의 경우 대규모 자금을 풀고 부채를 사들이는데 반해, 한국의 완화정책은 금리 인하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한차례 추가로 더 내린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조장할 수는 있겠지만 추세를 바꿀 만한 재료는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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