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표 등가성' 원칙 강조한 헌재…전문가"'양원제 개헌' 검토해야"

선거구 인구편차 기준 조정…'지역 불균형' 우려는 남아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2014-10-30 17:21 송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 모 씨 등 유권자 160여 명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 모 씨 등 유권자 160여 명이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를 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구 획정 기준을 2001년 이후 13년만에 변경토록 했다. 유권자의 '한 표'에 붙는 가치가 서로 차이가 나는 현상을 계속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결정은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대전제인 '표의 등가성'을 보다  원칙에 가깝도록 구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에 따라 표의 지역대표성이 약화하고 도시-농촌간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새로운 문제도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명이 2표 행사하는 일 없게…등가성 원칙 강화


헌재 전원재판부는 30일 현행 최소 인구수 지역구와 최대 인구수 지역구 간 인구차이가 3배까지 날 수 있도록 한 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배 이하로 조정하도록 했다.


도시의 인구가 농어촌 지역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농어촌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선거법은 각각의 선거구에서의 인구수에 차이가 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인구격차의 최대치가 3대 1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농어촌 유권자의 1표가 인구밀집지역 유권자의 3표에 해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헌재는 1995년 이같은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1995년 당시 최대-최소 선거구 간 인구편차는 5.87대 1에 이르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이에 헌재는 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 비율을 4대 1까지 조정토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등가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따라 2001년 헌재는 또다시 선거법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단,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이 비율을 3대 1로 조정하도록 했다.


다만 당시에도 3대 1이 최선의 비율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관련 논의가 있은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절충점'으로써 3대 1을 채택한 것이었다. 헌재는 당시에도 "앞으로는 2대 1 미만의 비율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1인의 유권자가 최대 '1표'를 더 행사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 위한 마지노선이 2대 1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헌재의 결정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선거구 획정시 인구편차 기준이 점점 엄격해지는 추세로 가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투표가치의 평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할 수 있다. 헌재는 이번 결정문에서 "국회 구성에 있어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표의 동일가치 원칙을 충족하기 위한 이상적인 기준은 인구비례 '1대 1'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충족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에 따라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인구편차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결정은 그 기준을 엄격히 새로 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도시-농촌간 격차 심화 우려…'개헌' 해법 의견도


헌법적 가치를 충족하려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 문제는 남는다.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의 경우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수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인구수 편차를 더욱 엄격히 조정할 경우 이같은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의 경우 한 구(區)에 최대 3명의 국회의원이 뽑히고 있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여러 도시가 합쳐져야 1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등 지역이 목소리를 내는데 불균형 상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국민의 의견이나 이해관계가 실질적으로 균형있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획일적으로 인구 기준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견해에는 충분한 논거가 있다.


이날 결정에서 반대 의견을 낸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서기석 재판관 등 3명은 "도시-농촌 간 나타나고 있는 경제력의 현저한 차이나 인구 격차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지역이익들이 대표돼야 할 이유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번 결정에 따라 도시 지역 의석 수는 크게 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농어촌 지역 의석 수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여야 역시 이번 결정이 나온 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주요 정당이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 확연히 구분되는 우리나라 정치 지형상 선거구 재획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각 정당의 이해득실 셈법에 따라 정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헌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회 헌법자문위원인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헌법을 개정해 양원제를 채택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국회는 말하자면 하원 하나만 있는 것과 같은데, 상원제를 통해 지역불균형 문제 등을 보완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전문가인 한 법조인은 "이번 결정을 바탕으로 현재 소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로의 개정을 고려해 볼 시점이 됐다"며 "표의 등가성 원칙은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칙인 만큼 이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국회는 국회 내 설치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통해 내년 12월31일까지 새로운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선거구획정위는 이번 헌재 결정이 반영된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20대 총선 6개월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chindy@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