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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흡연자…"사재기 돌입" vs "금연 1일차"

"담뱃값 오르기 전에 사재기…보루 단위 구입"
"담뱃값 인상 계기로 금연 돌입…금연 1일차"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성도현 기자 | 2014-09-11 15:19 송고 | 2014-09-11 15:20 최종수정
11일 담뱃값 인상 소식을 접한 한 시민이 서울 무교동의 매점에서 담배를 구입하고 있다. 2014.9.11/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11일 담뱃값 인상 소식을 접한 한 시민이 서울 무교동의 매점에서 담배를 구입하고 있다. 2014.9.11/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기존 담뱃값에서 2000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흡연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담배 사재기에 돌입하겠다", "더럽고 치사해서 금연한다" 등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1일 현행 2500원인 담뱃값에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물리고 소비자물가 인상율에 담뱃값을 반영시키는 물가연동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종합적 금연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2015년 1월1일부터 담뱃값이 2000원가량 오르게 된다.

이같은 발표에 대해 오랜 기간 담배를 태워 온 김모(31)씨는 "'불꽃' 담배 사재기에 돌입하겠다"면서 "담뱃값 인상이 발표된 후 주변 흡연자들이 하나 둘씩 담배 사재기에 돌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러나 "갑작스런 담뱃값 인상에 인상폭마저 너무 높아 대책이 없다"며 "건강을 위한 정부의 결정이었다면 금연 유도 등 간접적 정책이 먼저 진행됐어야 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담뱃값 인상 소식을 듣고 최근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윤모(24)씨는 흡연률을 낮추기 위한 담뱃값 인상 결정에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담배 대체재 역할을 하는 전자담배 인상폭은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 6년차에 접어든 김모(25)씨는 '담배 사재기'를 넘어 "깡통시장 등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밀수 담배를 알아보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흡연자들뿐만 아니라 비흡연자들도 '담배 사재기' 등의 담뱃값 인상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비흡연자 김모(29·여)씨는 "담뱃값이 오른다고 해서 금연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사재기가 늘어나는 한편 해외에서 담배를 대량 구매해 들여 오는 이들도 많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자녀가 담배 판매회사에 다닌다는 심모(57)씨는 "담뱃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돌자 1~2보루씩 담배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며 "이번 담뱃값 인상이 진정 흡연인구 감소를 위한 것이라면 '0점' 짜리"라고 비판했다.

심씨의 말처럼 담뱃값 인상 소식이 들려오자 '담배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편의점은 담배 진열대 위에 '사재기 금지'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있었다.

해당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담배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최근 한 갑씩 담배를 사가던 사람들이 보루로 사가기 시작했다"며 "담배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인근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역시 "'담뱃값이 정말 오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국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담배. © News1 안은나 기자 
국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담배. © News1 안은나 기자 

'담배 사재기'를 결심하는 흡연자들이 있는 한편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그동안 바라던 금연을 실행으로 옮기려는 이들도 많아졌다.

담배를 10년 이상 피워온 직장인 이모(34)씨는 "안그래도 담배를 끊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실천으로 옮기려 한다"며 "사실 담뱃값이 세수 메우기에 사용되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담뱃값이 너무 저렴했던 것은 맞다"고 전했다.

또 다른 흡연자 박모(28)씨도 역시 "'끊어야지, 끊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금연 1일째"라며 "흡연자만 봉으로 만드는 탓에 금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담배 가판대를 운영하는 A씨는 "담배를 보루째 사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담뱃값이 오르니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아직까지 피부에 와닿을 만큼 실감은 안나지만 내년부터 담뱃값이 오르면 판매액이 조금 줄 것 같다"고 전했다.

담뱃값 인상 소식을 접한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존중하면서도 흡연자들과 일반 서민 등의 여론을 보고 향후 대응방법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비오 협회 정책부장은 "정부가 금연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거라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게 구체적 안을 내놓고 흡연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며 "담뱃값이 올라가면 일시적으로 흡연율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흡연인구를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정책부장은 "실질적으로 금연인구를 늘리려면 법적으로 아예 담배를 못 팔고 못 만들게 금지해야 한다"며 "2000원 올리면 끊을 사람은 끊겠지만 대부분은 안 끊을 것이고 정부도 알면서 부족한 세수확보를 위해 안정선으로 보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손실을 가져다주는 품목들에 대해 소송과 규제가 늘고 가격을 높이려고만 하면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만 늘 것"이라며 "담뱃값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면 안 그래도 어려운 가계에 부담만 더 커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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