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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청년'들 피자 나눠먹으며 "광화문 돌려달라"

광화문 광장에서 100여명 모여 피자, 김치, 콜라 등 나눠먹어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4-09-06 16:22 송고
6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나눠낀 팔찌. © News1
6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나눠낀 팔찌. © News1

따가운 햇볕에 기온이 30도를 웃돌았던 6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 시민 100여명(경찰추산)이 모였다.

모인 시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중·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얼굴도 상당수 보였다. 중·장년층과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듬성듬성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애국·보수성향 젊은이들'이라고 칭했다.

"피자 드세요. 김치도 드세요"

인파 가운데 피자박스 수십판이 놓여있어 함께 피자를 나눠먹는줄 알고 가까이 다가가니 김치냄새가 진동했다. 이들은 준비해온 김치를 피자, 콜라와 함께 먹고 있었다.

피자를 나눠 먹는 중간중간 이들은 'Ya! Feel So Good', '一生 祖國과 民族을 爲하여(일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씌인 팔찌를 서로에게 나눠갖기도 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을 위해 피자 50판과 김치 등을 자비로 준비해 온 인터넷방송 진행자 한민우씨는 오후 1시50분쯤 피자를 먹던 시민들을 향해 "잠시 내 말을 들어달라"고 말하며 주위를 환기했다.

자신의 말을 듣기 위해 반원 모양을 만들어 그를 보던 시민들에게 한씨는 "(오늘 모임은) 광화문의 원래 용도대로 시민의 품으로 돌려 드리려는 것"이라며 "광화문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도시락도 먹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데 정치적 목적으로만 쓰이고 있는 세월호 사건의 현장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은 올바른 정치를 (해주길)부탁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국론이 분열되지 않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달라"며 "당신들 위에는 국민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 이 사건은 국민이 다 지켜보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좌파는 다 좋지만 왜곡 선동만은 말아달라"며 "보수와 진보 이념과 사상을 떠나 모두가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한가위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한씨가 말하는 중간중간 청중에서는 "야 기분좋다"는 외침이 들려오기도 했다.

지나가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보고 합류했다는 성모(19)군은 "세월호 단식 등 행사 때문에 뺏긴 광화문을 돌려달라는 의미에서 하는 행사인 것 같다"며 "그 취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군복을 입고 공룡모양의 풍선을 들고 현장을 찾은 한 시민도 "광화문 광장에 너무 진을 치고 사람들 못쓰게 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광화문 광장의 본래 사용목적에 맞게 공룡인형을 데리고 놀러나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시민들이 모인 취지는 시민들에게 광화문 광장을 돌려주자는 것이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들이 광화문역으로 통하는 지하도 근처를 가로 질러 막고 있어 오히려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반면, 지나가는 시민 김모(29)씨는 "광화문 정치색으로 물든 건 동의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조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나가다 보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 최모(28)씨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행사를 하면서 김치 냄새를 풍기고 바닥에 콜라를 다 흘려 놓아 광장을 거니는데 불쾌했다"며 "이런 식으로 하는 행사가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들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세월호 농성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이날 '피자 나눠먹기'에 대해 "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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