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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싱크홀에 구멍난 '서울'의 한 달…발생부터 현재까지

석촌동 지하차도 주변에서 연쇄 발견…市, 전담부서 신설 추진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2014-09-05 16:33 송고
지난 한 달 서울은 도로함몰·동공 속에 파묻혀 숨죽였다. '길을 가다 땅이 꺼지면 어쩌지', '운전을 해서 가다가 차가 빠지면 어떡하지' 등등 작은 포트홀·도로함몰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도로함몰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동공이 발견된 송파구 주민들은 특히나 그랬다. 시는 주민 불안을 다독이기 위해 즉각 조사단을 꾸려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고 건물·시설물 이상을 감지할 수 있는 계측기를 설치했으나 시민이 원하는 명확한 원인을 빠르게 찾아내지 못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시의 조사결과 이번 도로함몰동공의 원인이 삼성물산이 시공한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서울시와의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사고 구간을)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석촌동 왕복 6차선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5일 서울시와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서울 송파구 석촌역에서 삼전동 방향 지하차도 끝 부분 도로에서 가로 1m, 세로 1.5m, 깊이 3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싱크홀은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 현장과 1km 가량 떨어진 곳에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석촌동 왕복 6차선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5일 서울시와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서울 송파구 석촌역에서 삼전동 방향 지하차도 끝 부분 도로에서 가로 1m, 세로 1.5m, 깊이 3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싱크홀은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 현장과 1km 가량 떨어진 곳에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왕복 6차선 도로를 통제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해 되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안전조치가 끝나는 대로 싱크홀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자 제공) 2014.8.5/뉴스1 © News1

동공·도로함몰로 인한 한 달 간의 소란은 지난달 5일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한 네티즌은 이날 인터넷에 '석촌지하차도 앞 부근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며 땅이 꺼진 도로의 사진을 올렸다. 이곳에서 발생한 도로함몰은 폭 2.5m, 깊이 11m, 길이 8m 규모로 해외에서 종종 발생하는 싱크홀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싱크홀로 잘못 알려지며 공포를 확산했다.
시는 이날 2차 피해를 막기위해 구멍을 되메우고 현장을 통제한 뒤 현장 기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철저한 조사와 원인규명을 약속했다.

다음날 시는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민간조사단을 구성한 뒤 원인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단은 도로함몰이 발생한 지역 부근의 하수박스, 상수도관 등을 살펴보며 원인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11일 조사단은 '지하매설물'에 의한 도로함몰은 아니라며 주변을 시추 조사하기 시작했고 13일 석촌지하차도 바닥하부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 규모의 지하동굴인 동공을 찾아냈다.

시는 동공의 규모가 크고 차들이 통행하고 있는 도로 1m 밑에 동공이 있다는 점, 석촌지하차도 내부의 인도 유리창에서 균열이 발견됐다는 점 등 '붕괴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그날로 석촌지하차도 양방향 4차로를 전면 통제했다.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은 이때부터 석촌지하차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에 돌입했다. 시는 14일부터는 석촌지하차도 주변 건축물에 균열·경사도·침하상태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를 설치하고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시와 조사단은 석촌지하차도 인근의 한 빌딩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추가로 발견된 동공에 대한 설명과 함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하철 9호선 공사가 도로함몰·동공 발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항에서 바로 석촌동을 찾아 석촌지하차도 현장을 점검했고 시는 이틀 뒤인 16일 신속 복구를 위한 전담TF를 구성했다.
© News1 2014.08.18/뉴스1 © News1
© News1 2014.08.18/뉴스1 © News1

시와 조사단은 18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14일 이후로도 5개의 추가 동공이 발견됐다'는 브리핑을 서울시청에서 열었다.

시는 석촌지하차도 교통통제로 인한 주민불편과 잇따른 동공 발견에 대한 주민 불안을 다독이기 위해 22일에는 잠실동교회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주민설명회에서 시 토목부장은 '결과적으로는 삼성물산의 부실시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8일 시와 조사단이 발표한 시청에서 발표한 종합 조사결과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이날 "서울시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며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복구하겠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시와 협조해 신속하게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이건기 행정1부시장은 "시민들에게 큰 불안을 안겨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유감스럽다"며 "시민 여러분 특히 석촌지하차도 인근 주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시는 도로함몰이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인 노후하수관을 교체하고 굴착공사장 관리를 강화하고 지하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대책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시는 도로함몰 전담부서 창설을 검토하는 한편,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에 필요한 자금 203억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3억원에는 도로함몰 예상 지역을 탐사할 수 있는 신규 장비 2대 구입비 9억원과 노후 하수관로 정비·하수관 신설 56억원, 중랑교 보수·보강과 같은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비용 138억원 등이 포함됐다.

자연적 싱크홀 (사진=서울시 제공) © News1
자연적 싱크홀 (사진=서울시 제공) © News1
싱크홀은 단순한 도로함몰과는 다르다.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반에서 오랜 시간 지하수에 녹아 동공이 발생하고 이 구멍에 채워져 있던 지하수가 빠지는 경우와 화산재 지반에서 홍수시 균열부나 틈새로 빗물이 침투하면서 일시에 지반이 세굴(물로 바위나 흙이 씻겨 파이는 일)되는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비교적 대규모다. 수도권 지역은 대부분 화강암・편마암 지반으로 자연적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없다. 


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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