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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악재에 바람잘 날 없는 의정…‘의대증원’ 장기전 가나

전공의 대표 “교수는 착취 중간 관리자” 글에 의료계 발칵
‘장관 교체설’까지…정부는 여당 총선참패 후유증 앓이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4-14 05:00 송고 | 2024-04-14 09:47 최종수정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은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55일째가 되는 날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대화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잇단 악재가 의정간 대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후유증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총선 이후 지난 11일과 12일 이틀간 의료계에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의에 이어서 장관 교체설까지 나오는 터라 의대증원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총선 이후 상황에 대해 내부적으로 점검할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의대증원 관련해서는 변한 게 없다. 원칙대로 간다"고 했다. 

의료계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주말인 13일 의료계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1만2000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박 위원장은 해당 기사를 링크한 후 '두 개의 축, 그리하여'라는 제목으로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병원"이라고 썼다.

이어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또 "문제의 당사자인 병원들은 의정 갈등의 무고한 피해자 행세를 하며 그 부담을 다른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고 적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4.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4.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박 위원장의 글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전공의들을 지지하고 사직서까지 낸 스승에게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이게 내부 총질이 아니고 뭐냐"고 했다. 

또다른 의대 교수도 "의료계가 대정부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박 위원장의 발언은 이같은 의료계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공백의 장기화 조짐은 또 있다. 2000명 증원을 원점 재검토하라는 의사들 주장과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들고 와야 한다는 정부 반박이 매번 충돌할뿐더러 대화의 전제만 늘고 있어서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브리핑을 통해 "여당의 총선 참패는 사실상 국민이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내린 심판"이라며 2000명 증원 원점 재검토를 거듭 요구했다.

의협 비대위는 대화의 의지가 있다면 비대위 지도부와 전공의에게 내린 각종 행정명령과 고발, 행정처분 등을 철회하라고도 했다. 총선 이후 낸 첫 공식 입장이자 대화의 조건이 증원 재검토와 행정처분 철회인 셈이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전 비대위 조직위원장은 공식 석상 등에서 전공의 집단사직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에 3개월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법원에 처분 취소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지난 11일 기각됐다.

복지부는 지난달 2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을 만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요청 등에 따라 미복귀 전공의의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했다. 향후 조치도 당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협 비대위 요구에 복지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 (비대위에) 철회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철회해야 하는 이유를 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을 바꾸려면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고 1년 유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발표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정부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입장 수정이 있으리라는 기대감과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 지지가 여전한 만큼 국면 전환을 위해서라도 강행하리라는 상반된 전망이 동시에 나오는 등 셈법이 복잡하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전공의들 공백을 메우며 격무를 버티고 있는 의대 교수들은 증원 재검토와 복지부 장차관 파면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 참패에 따른 국정 쇄신을 이유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이 사의를 표했을 뿐 복지부 장차관은 의료개혁 업무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대 교수들 요구에 자신의 거취가 포함된 데 대해 언론 브리핑 등에서 "제가 답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비상진료 체계 점검 등 변함없이 일하고 있다면서 총리와 참모진 총사퇴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날을 제외하고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는 1주일 만인 오는 15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 주재로 진행된 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발표로 브리핑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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