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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효력 중단'에 러시아는 대놓고 북한 편… 중국은?

"모두 자제해야" 양비론에 '北 안보리 결의 위반' 희석
한중외교장관회담서 '한국에도 책임 있다' 주장 펼 듯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23-11-24 05:3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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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난 21일 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우리 정부의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조치를 놓고 북한의 최중요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북한과의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동향이 포착돼온 러시아의 경우 전적으로 북한 편에 서서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고, 중국 당국은 남북한 모두를 상대로 '자제'를 요청하며 일종의 '양비론'을 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성 발사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당국이 북한의 위성 발사와 우리 정부의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동급'으로 간주한 건 '중립을 가장한 북한 편들기'란 지적이 나온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에 따른 우리 측의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결정을 일종의 "보복 조치"로 규정하고 "대규모 갈등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 한국의 행보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반응은 사실 일정 부분 예견돼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번 위성 발사 준비과정에서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 지원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그간 러북 간의 이 같은 군사협력 동향에 대해 "양자 간의 일"이라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서만큼은 러시아 못지않게 적극 두둔하고 있다.

북한이 5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 때마다 번번이 제동을 건 것도 바로 중국과 러시아였다.

북한은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달 21일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앞서 예고했던 대로 9·19합의 중 일부 내용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식으로 그 대응에 나섰다.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여기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구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AFP=뉴스1 
왕이 중국 외교부장.© AFP=뉴스1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의 주목적이 대남 감시·정찰 강화에 있단 판단에서 무인기 등 공중자산을 이용한 대북 감시·정찰활동에 제한요소가 돼왔던 9·19합의상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해제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9·19합의 중 제1조3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북한은 자신들의 인공위성 발사가 주권국가로서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인공위성용 우주발사체도 탄도미사일과 같은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북한의 위성 발사는 그 성공·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 같은 결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게다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유발한 '책임' 역시 북한 스스로에게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의무'와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채 위성 발사에 대한 '권리'만 주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조치와 관련해 "현재 한반도 정세는 복잡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유관 각국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정치·외교적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견상 '남북한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서 북한의 위성 발사라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조만간 열릴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도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그리고 우리 측의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등 문제를 놓고 북한 측 입장에 좀 더 가까운 언행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 측이 노골적으로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문제를 제기할 것 같진 않다"면서도 "(북한이 저러는 데는 한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한의 위성 발사 문제와 관련해선 현실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만나야 한다"며 그와 다른 부분에서 공감대를 넓혀가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중 양국은 오는 26일쯤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인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 간 양자회담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일중 회의엔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참석한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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