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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에 담긴 세계지도·동물도감·평양성…'조선, 병풍의 나라2'展

아모레퍼시픽미술관, 4월30일까지…조선시대~근대기 병풍 50여점 전시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23-01-29 07:00 송고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오는 4월30일까지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Beyond Folding Screens 2)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 개최된 '조선, 병풍의 나라' 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병풍 전시로, 조선시대부터 근대기까지 제작된 병풍들의 미술사적인 가치와 의의를 되새기며 우리나라 전통 미술의 다양한 미감을 선보인다.

주요 작품으로는 △채용신의 '장생도 10폭 병풍'(1921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일월반도도 12폭 병풍(19세기, 개인 소장) △이상범 '귀로 10폭 병풍'(1937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장승업 '홍백매도 10폭 병풍'(19세기 후반, 개인 소장) △백수도 10폭 병풍(19세기, 가나문화재단) △평양성도 8폭 병풍(18세기 후반, 송암미술관, 보물) △곤여전도 8폭 병풍(18세기, 부산박물관, 부산시 유형문화재) 등이다.

'장생도 10폭 병풍'은 고종의 어진 화사로 잘 알려진 채용신의 1921년 작품이다. 장생도 그림에서 그려져 왔던 상상 속의 선계에 비해 정원이나 산속 사찰을 그린 듯 훨씬 현실 세계에 가까워져 있는 모습이다. 일본에서 자주 그려졌던 각종 화조와 영모의 도상들을 도입하고 명암이나 극채색 등의 서양화법을 적절히 수용해 전통적인 의미의 장생도와는 다른 근대적 미감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일월반도도 12폭 병풍'은 소나무 대신 진귀한 열매인 반도가 달린 복숭아나무를 그린 점에서 조선 후기에 등장했던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를 떠오르게 한다. 일월반도도는 일월오봉도와 해학반도도의 요소가 결합한 새로운 도상의 그림으로 국왕을 상징하는 병풍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귀로 10폭 병풍'은 이상범이 41세에 그린 초기작으로, 농부가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산촌의 정경을 수묵으로 운치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필법에서는 이상범의 초기 화풍이 느껴지지만 산촌의 근경에 주목산 시선에는 1940년대 이후 '청전 양식'의 특징이 담겨있다. 근대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변곡점에 위치한 작품으로, 관념과 상상의 산수풍경에서 벗어나 현실에 펼쳐진 산야를 보이는 대로 그려내고자 했던 이상범의 의지가 드러난다.

'홍백매도 10폭 병풍'은 장승업 특유의 거침없는 붓놀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 말기 화사한 매화도가 인기를 얻게 됐고, 이 작품처럼 굵은 나무줄기가 대담한 구도로 그려진 병풍 형식의 매화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백수도 10폭 병풍'은 86쌍의 여러 동물을 그려 넣은 그림으로 마치 동물도감을 보는 듯하다. 화면 상단에는 날짐승을, 하단에는 길짐승들을 그렸으며 다양한 자세의 동물들을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원숭이나 사자, 코끼리를 비롯한 이국의 동물과 봉황과 해태 등 현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도 등장한다. 일종의 화본(畵本) 기능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평양성도 8폭 병풍'은 번화한 평양의 모습을 장대한 화면에 담은 병풍이다. 동쪽에서 서쪽을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그려졌고, 지형지물의 명칭이 꼼꼼히 부기돼 있어 평양성 안팎의 인문자연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정형화된 도상을 갖춘 평양성도의 대표적인 예로, 그중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후기 읍성도 연구의 기준작으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

'곤여전도 8폭 병풍'은 세계지도를 그린 병풍이다. 곤여전도란 벨기에의 예수회 선교사 페르비스트(Ferdinand Verbiest, 1623-1688)가 1674년 중국 북경에서 제작한 목판화본 세계지도이다. 세 차례에 걸쳐 간행된 곤여전도의 목판본은 현재 많은 수가 전해지지만, 1674년의 초간본을 필사한 것으로는 이 작품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지도는 2~7폭에 걸쳐 그려져 있으며 동반구와 서반구의 지도가 두 개의 원 안에 각각 그려져 있다. 지도에는 지명 외에도 각 대륙 및 국가의 자연 자원, 사람, 관습에 대한 정보를 담은 짧은 글들이 관련 지역 근처에 적혀 있어 당시 지식인의 시야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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